박하선의 사진풍경 228>광야에 던져진 나
박하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입력 : 2024. 12. 26(목) 17:02
광야에 던져진 나.
내가 또다시 광야에 던져졌다.

아니 어쩌면 진즉부터 나는 황량한 이곳에

서 있었는지도 모른다.

살을 에는 추위가 늪처럼 깔린

이 광야에 내가 의지할 곳은 어디인가.



수많은 시간이 스쳐 지나갔음에도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이곳에서

무엇을 찾고 누구를 목놓아 불러야 할까.

호랑이가 성년이 되면 숲속에서 혼자 살아가야 하듯,

나 또한 처음부터 혼자였기에 외로움을 느끼는 것조차

사치스럽고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라.



바람 잘 날 없이 세상이 요동친다.

참으로 못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인간 세상이다.

역사란 자신과 타인과의 투쟁이라 말하는 것을 보면

어쩔 수 없는가 보다.



하지만 눈 내리는 광야가 말한다.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뜨끈한 차 한 잔 기대할 수 있답니다.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죠.

이제 당신이 있어 더욱 든든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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