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의 사진풍경 226>장흥 동학농민혁명군을 추모하며
박하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입력 : 2024. 11. 28(목) 16:21
장흥 동학농민혁명군을 추모하며.
동학농민혁명의 주요 격전지 중의 하나인 장흥 석대들 전투.

이곳은 순절한 동학농민군을 안장한 곳이다.

1894년 가을, 3만여 명의 농민들이 관아를 점령하는 등

초기에는 사기가 올랐으나 근대 무기로 무장한 관군과 일본군 앞에

낫과 죽창을 들고 뛰어든 농민군은 그야말로 추풍낙엽이었다.

막 추수가 끝난 들녘을 피로 물들여가며 쓰러져 간 이들이 수천이다.



1989년 공설운동장을 만들면서 무더기로 발견된 1,699기의 유골을

뜻있는 자들이 힘을 모아 이곳 제암산에 이장했는데

대부분이 이름 없는 농민군이다.

비록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부패한 관리들을 처단해 백성을 구하는 것으로 시작해

조선을 겁박하는 외세 일본군을 몰아내자는 구국운동이었음에도

어리석은 고관대작들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작금에 와서도 백여시가 춤추고 시정잡배가 칼자루 쥐고 날뛰다 보니

말도 안 되는 말들이 말이 되고 있는가 하며,

우리를 ‘돈 나오는 기계’로 보면서 침 흘리는 외세들.

동학농민군의 혁명정신을 이어받아 구국의 길로 나서야 할 때

날은 저물고 길은 아득하다.



석대들의 영혼들이여!

그대들의 몫은 아닐지언정,

불을 밝혀 인도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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