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박하선의 사진풍경 104>서해안의 매서운 바람 앞에 섰다
박하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입력 : 2023. 12. 28(목) 12:52
DSC_2105(내일도 해는 뜰 것이다)
서해안의 매서운 바람 앞에 섰다

갯벌 깊숙한 곳에서 바지락을 캐는 아낙들도 들어가고

갈매기들과 나만 남아서 석양을 지켜본다.

먹구름이 짙게 깔려 있지만

그렇다고 일찌감치 돌아설 수는 없는 일.

늘 있는 일에 같은 것이지만

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느낌이 새롭지 않던가.

지금의 나 또한 지고 있는 해를 보고자 하기 보다는

그 분위기에 익어가는 시간을 지켜보고 싶은 것이다.



잔뜩 찌푸린 날에도 틈새가 열리는 순간이 있다.

참고 기다리는 자에게 그 기회가 주어짐을 보아왔다.

세상은 언제나 정의롭거나 공정하지도 않았고,

흥망성쇠는 언제나 우리 손안에 있어왔다.

누천년 이어져 여기까지 왔지만

대륙을 호령하다가 반도로 밀려나더니

이제 그것도 반 토막이다.

그래도 살만하다고 나대더니 이대로 가면 자멸의 수순이란다.

모든 게 자승자박이라 말한다면 당신은 화를 내고 말 것인가?



삶의 짐을 지고서 또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내일도 해는 다시 뜰 것이다.

반역과 탐욕의 충돌이 이어지더니

요즘 들어 매국 또는 망국까지 들먹이면서도

찻잔 안의 태풍이라 여기는가.

패권주의가 만연한 가운데 검은 역사가 힘들게 하지만

우리는 아직 살아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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