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박하선의 사진풍경 103>빨간 사과
박하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입력 : 2023. 12. 14(목) 12:13
박하선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차갑다

겨울바다를 실감케 한다

해변에 거대한 바위가 있다

생김새에 따라 ‘코끼리 바위’라 부른다

여기는 서해바다 고군산도의 몽돌해변이다

여름철에는 제법 인기가 있겠지만

지금은 텅 비어 있어 물결소리만 들려오는 숨어있는 분위기다

싸늘함이 옷깃을 더욱 여밀게 하고

먼 곳에 혼자 떨어져 와 있는 듯한 쓸쓸함이 밀려들지만

이 분위기가 싫지 않다

아무도 없는 몽돌밭을 서성거린다

그러다가 시선이 꽂히는 것이라도 있으면 집어도 보고.



그러다가 뜻밖의 것을 보았다

그 텅빈 몽돌들 위에 놓인 빨간 사과 하나...!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처음에는 누군가가 제(祭)를 지내고 난 흔적인가 했다

그것도 아니면 갈매기가 ......

가슴이 쿵쿵거렸다

그건 내게 내린 계시였다

내가 여기에 온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정해져 있었고,

지금의 내 마음을 들키고 만 셈이다

세상은 찰라이기는 하지만

마음은 이렇게 가없는 우주를 넘나든다



마음의 보석을 만나 경배하는 마음으로

몽돌밭에 엎드렸다

수미산에서 만난 순례자들의 오체투지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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