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박하선의 사진풍경 102>환해장성(環海長城)
박하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입력 : 2023. 11. 30(목) 12:42
환해장성
제주 섬에도 장성(長城)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관광객으로 다녀왔겠지만

이 장성에 대해 관심 있어 하는 자 별로 없었다.

부끄럽게도 나 또한 이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으니 말이다.

북쪽 해안가의 돌담 앞에 세워진 ‘환해장성’ 안내판을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그저 수많은 제주의 돌담 중의 하나이겠지 했었다.



고려의 무인정권 시대다.

몽골군이 쳐들어와 조정이 무너졌다.

그러나 끝까지 저항했던 세력이 삼별초 무리다.

그들이 진도에서 려몽연합군에 항전하고 있을 때

바다 건너에 있던 제주 관아에서는 해안가에 성벽을 쌓고 있었다.

패주해 오는 삼별초 무리들의 제주 상륙을 막기 위해서다.

그 성벽이 ‘탐라장성’ 또는 ‘환해장성’의 시작이다.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이라 말 할 수 없는 싸움에서

결국 그 성벽으로는 삼별초들을 막아내지 못했고

역으로 려몽연합군을 막는 데 삼별초들이 증축하면서 활용하게 되었다.



조선시대에 와서도 왜구들의 노략질을 막기 위해 그 성벽들을 활용하고

꾸준히 개보수 하게 되어 그 길이가 상당해지자

‘장성(長城)’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오늘날 북쪽의 한림과 애월에서부터 동남쪽의 온평과 신산에 이르기까지

무려 120km에 달한다.

그러나 세월의 무게와 효용 가치 판단에 따라 남아있는 성벽은

10여 곳의 일부일 뿐이다.

문화재로 지정되어 일부 복원을 하는 등 관리는 하고 있다지만,

사람들의 무관심에 이 환해장성은 잊혀져 가고 있다.



제주 가시는 길에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곳이다.

해안가 명소에서 멀지 않는 곳에 이 환해장성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평범한 돌담처럼 보일지라도 역사를 불러내면 달리 보인다.

먹구름이 몰려오는 날,

아니면 눈발이 휘날리는 날이면 더욱 분위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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