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의 사진풍경 77> 빨치산 최순희를 아는가
입력 : 2022. 11. 24(목) 13:38
겨울이 다가오는 길목에서 지리산이 부른다.

아직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낙엽들은 수북이 쌓여있고,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가 누군가의 흐느낌으로 들려오는가.

그 흐느낌에 불려가니

빗점골 너덜겅 곁의 한 그루 소나무 아래서

'지리산 곡(哭)'을 노래하는 이가 있다.

음악을 전공하고 민족을 사랑했던 '최순희'

함께 했던 빨치산 동지들을 평생 그리워 하다가

얼마 전 91세의 나이로 영욕의 생을 마감하고

이 소나무 아래 묻혀서야 그리운 이들의 품에 안겼다.

며칠 전이 그분의 기일이었다.

남부군 문화지도원이었던 그녀는

대성골 대공세 때 포로가 되어 치욕 끝에 살아남았지만

유명을 달리한 동지들을 잊지 못해

40년 이상을 매년 지리산에서 위령제를 지내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직접 작사 작곡한 지리산 곡(哭)을 불렀다.

한국 현대사에 굴곡진 아픈 상처

그 중의 하나가 빨치산 이야기다.

정부에 반한 행동으로 토벌의 대상이었지만

민족을 사랑한 죄까지 물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지금도 세상일에 우리들의 울분은 그칠 날이 없다.

오욕의 역사가 반복될까 염려된다.

철쭉꽃 피고 지고 7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동족상잔의 상처가 너무도 커서 지금도 끝나지 않은 아픔이다.

그래도 세월은 가고 있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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