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꽃을 심지 마라
입력 : 2025. 05. 18(일) 16:18

최도철 미디어국장
시인, 노래하는 투사, 사회비평가, 생명운동가…. 음유가객 정태춘에게는 따라붙는 수식어들이 참 많다. 그러나 정태춘은 분명 대중가수다. 1978년 1집 앨범 ‘시인의 마을’을 내면서부터 줄창 노래를 했다. 세 살 터울 아내 박은옥과 함께 무대에 선 세월만 50년이다.
그가 앨범을 열세번이나 내는 동안 크게 히트한 곡들도 많다. ‘떠나가는 배’, ‘북한강에서’, ‘서해바다’, ‘촛불’, ‘에고 도솔천아’ 등은 오랫동안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곡들이다.
정태춘의 노랫말은 하나하나 산문에 가깝다. 음색도, 창법도 이채롭다. 때로는 거칠고 투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자체로 대단한 음악적 양식이다.
정태춘의 노래 가운데 ‘5월이 되면 꼭 듣고 싶은’, ‘아니 꼭 따라 불러야만 될 것 같은’ 곡이 있다. 1996년 정태춘이 광주에 내려와 5월 영령들이 묻힌 망월묘역에서 처음 선보인 노래 ‘5.18’이다.
광주항쟁을 서사처럼 써 내려간 노랫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거리에도 산비탈에도 너희 집 마당가에도/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엔 아직도 칸나보다 봉숭아보다 더욱 붉은 저 꽃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그 꽃들 베어진 날에 아 빛나던 별들/ 송정리 기지촌 너머 스러지던 햇살에 떠오르는 헬리콥터 날개 노을도 찢고, 붉게/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옥상 위의 저격수들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난사하는 기관총 소릴 들었소/ 아, 우리들의 오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날 장군들의 금빛 훈장은 하나도 회수되지 않았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소년들의 무덤 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80년 5월 광주항쟁으로 스러져 간 영령들은 보듬는 애달픈 노래는 계엄군의 군홧발 소리로 시작해 상여소리같은 진혼으로 끝이 난다.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것은 정태춘 데뷔 40주년을 기념해 열린 모 방송국 ‘열린음악회’이다. 그리고, 다시 가슴으로 들은 것은 대한민국 진짜 대통령 노무현이 잠든 봉하마을 음악회였다.
이날 대중들은 바보 노무현에 대한 그리움과 참혹했던 그날의 광주항쟁이 오버랩되며 너나 할 것 없이 굵은 눈물을 흘렸다.
세월이 무심하다. 45년이 속절없이 흘렀다. 이팝꽃 피어나는 5월이 다시 왔지만, 망월묘역 두 동강 난 전두환 비석을 발로 밟고, 최루탄에 눈물흘리면서도 부사리처럼 날뛰는 백골단에게 짱돌을 던졌던 세대들의 ‘5월 기억’도 이젠 박제화됐다.
5.18을 두고 왜곡과 폄훼를 일삼는 인간말종들의 패악질이 지금도 그치질 않는다. 지나온 세월이 아쉽고 5월 영령들에게 죄스럽다. 속히 세상이 바뀌어 5.18이 헌법전문에 실리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하여 그 전문을 소년들의 무덤 앞에 묻어야만 한다.
최도철 미디어국장
그가 앨범을 열세번이나 내는 동안 크게 히트한 곡들도 많다. ‘떠나가는 배’, ‘북한강에서’, ‘서해바다’, ‘촛불’, ‘에고 도솔천아’ 등은 오랫동안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곡들이다.
정태춘의 노랫말은 하나하나 산문에 가깝다. 음색도, 창법도 이채롭다. 때로는 거칠고 투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자체로 대단한 음악적 양식이다.
정태춘의 노래 가운데 ‘5월이 되면 꼭 듣고 싶은’, ‘아니 꼭 따라 불러야만 될 것 같은’ 곡이 있다. 1996년 정태춘이 광주에 내려와 5월 영령들이 묻힌 망월묘역에서 처음 선보인 노래 ‘5.18’이다.
광주항쟁을 서사처럼 써 내려간 노랫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거리에도 산비탈에도 너희 집 마당가에도/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엔 아직도 칸나보다 봉숭아보다 더욱 붉은 저 꽃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그 꽃들 베어진 날에 아 빛나던 별들/ 송정리 기지촌 너머 스러지던 햇살에 떠오르는 헬리콥터 날개 노을도 찢고, 붉게/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옥상 위의 저격수들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난사하는 기관총 소릴 들었소/ 아, 우리들의 오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날 장군들의 금빛 훈장은 하나도 회수되지 않았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소년들의 무덤 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80년 5월 광주항쟁으로 스러져 간 영령들은 보듬는 애달픈 노래는 계엄군의 군홧발 소리로 시작해 상여소리같은 진혼으로 끝이 난다.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것은 정태춘 데뷔 40주년을 기념해 열린 모 방송국 ‘열린음악회’이다. 그리고, 다시 가슴으로 들은 것은 대한민국 진짜 대통령 노무현이 잠든 봉하마을 음악회였다.
이날 대중들은 바보 노무현에 대한 그리움과 참혹했던 그날의 광주항쟁이 오버랩되며 너나 할 것 없이 굵은 눈물을 흘렸다.
세월이 무심하다. 45년이 속절없이 흘렀다. 이팝꽃 피어나는 5월이 다시 왔지만, 망월묘역 두 동강 난 전두환 비석을 발로 밟고, 최루탄에 눈물흘리면서도 부사리처럼 날뛰는 백골단에게 짱돌을 던졌던 세대들의 ‘5월 기억’도 이젠 박제화됐다.
5.18을 두고 왜곡과 폄훼를 일삼는 인간말종들의 패악질이 지금도 그치질 않는다. 지나온 세월이 아쉽고 5월 영령들에게 죄스럽다. 속히 세상이 바뀌어 5.18이 헌법전문에 실리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하여 그 전문을 소년들의 무덤 앞에 묻어야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