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형’ 향수 없앴다…위즈덤, 첫 시즌부터 '멱살 캐리'
27~29일, 한화전서 3연속 홈런포
지난해 수비 보강 등 이유로 영입
16년 만 KIA 출신 홈런왕 '기대'
"3연속 홈런으로 연패 끊어 기뻐"
입력 : 2025. 04. 01(화) 16:54
KIA타이거즈 패트릭 위즈덤이 지난달 30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시즌 3차전에서 솔로 홈런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이번 시즌 KIA타이거즈에 합류한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이 3년을 KIA와 함께한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존재감을 지우고 있다. KIA가 시즌 초반부터 3승 5패를 기록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를 띄는 가운데 위즈덤은 3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멱살을 잡고 승리로 이끌고 있다.

지난해 KIA는 소크라테스와 결별하고 위즈덤과 손을 잡는 모험을 택했다. KIA에는 지난 2022년부터 세 시즌 동안 409경기에서 487안타 63홈런 270타점 266득점 3할의 타율을 지닌 소크라테스라는 안전자산이 있었다.

하지만 KIA는 1루수를 보강하기 위한 자원이 필요했다. 지난 시즌 팀 1루수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가 0.85 수준으로 리그 8위 하위권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 있어서 메이저리그에서 1루수와 3루수를 맡았던 위즈덤이 눈에 들어왔고, ‘거포’의 면모는 금상첨화였다. 2018년 메이저리그에서 데뷔한 위즈덤은 최근 3년간 20개가 넘는 홈런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통상적으로 외국인 타자들이 KBO리그에 와서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거나 또 적응에 실패하기도 하기 때문에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위즈덤도 메이저리그에서는 무조건 속도 위주의 강속구를 주로 상대해야 했던 반면 KBO리그 투수들의 공은 큰 폭의 변화구를 상대해야 하는 점이 어려웠던 부분으로 꼽았다. 이로 인해 지난 22일부터 광주-기아챔피언스 필드에서 진행된 개막 2연전에서 위즈덤은 5타수 무안타 3볼넷 2득점으로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그렇지만 위즈덤의 적응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팀의 막내 박재현으로부터 타이밍을 읽으라는 조언을 들었고 공 치는 타이밍을 당기면서 감을 잡은 것이다.

위즈덤은 개막 나흘 만인 25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데뷔 첫 안타를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으로 만들었다.

이어 한화 이글스와의 3연전에서는 3경기 연속 홈런포를 생산했다. 28일 경기에서 7회초 상대 선발 코디 폰세의 153㎞직구를 그대로 받아쳐 대전 신구장의 개장 첫 홈런을 터뜨렸고, 29일 경기에서는 1회 첫 타석부터 솔로 홈런을 쳤다. 30일 경기에선 메이저리그에서 금의환향한 류현진을 상대로 비거리 125m의 경기를 동점으로 만드는 홈런을 쏘아올렸다.

위즈덤의 시즌 성적표도 압도적이다. 이번 시즌 8경기에서 타율 0.292에 4홈런 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304로 LG문보경과 함께 KBO리그에서 홈런 공동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위즈덤의 진가는 파워 뿐 아니라 그의 ‘눈’에서도 나온다. 위즈덤의 출루율은 0.471로 타율 대비 2할이 높은데 이는 KBO의 ABS 스트라이크존을 완벽히 파악하고 볼넷을 잘 골라냈기 때문이다. 위즈덤의 이번 시즌 볼넷은 총 9개로 삼성 이재현과 KT 로하스와 함께 공동 1위다.

개막 초반 위즈덤의 기세가 이어지면서 KIA에서 16년 만에 홈런왕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2009년 김상현의 36홈런 이후 KIA에서 홈런왕이 배출된 적은 없다.

김도영과 박찬호가 부상으로 빠진 뒤 팀의 부진에도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위즈덤은 자신의 경기력으로 팀 분위기가 반전되길 바라고 있다.

위즈덤은 30일 경기 직후 기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세 경기 연속 홈런으로 팀의 연패를 끊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며 “오늘의 승리가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고 선수들의 컨디션이 돌아온 것 같아 다음 경기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
KIA타이거즈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