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 시위…외부자 시선으로 바라본 격동의 한국 사회
국제레지던시 2024 결과물 전시
내달 20일까지 '헝그리 고스트'
광주 남구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
입력 : 2024. 12. 30(월) 13:13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헝그리 고스트’ 전시.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 제공
벨기에 브뤼셀에 거주하는 2명의 작가가 격동했던 대한한국의 정세를 유령과 접목해 풀어낸 작품들을 선보인다.

국제레지던시 2024 결과물 전시 ‘헝그리 고스트’가 광주 남구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에서 다음달 20일까지 개최된다.

작가 보리스 담블리&소피 덴블뢰가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배고픈 유령’을 의미하는 제목을 내세워 기억과 결핍에 관한 ‘부재’를 물질화해 풀어냈다. 지난달 중순 광주에 도착한 두 아티스트는 폭풍같이 몰아친 비상계엄과 해제, 금남로 탄핵시위, 축제같은 집회문화 등을 직관했다. 이를 통해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도시 봉쇄를 겪었던 당시 브뤼셀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과 사람들이 유령과의 대화에 개입하는 애도를 상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텍스타일 작업 ‘계엄: 안귀령이 잡아챈 총’과 소녀상 옆에 놓인 ‘빈 의자’ 등 국내 사회·정치적 이슈를 다룬 강렬한 작품들은 작가들이 그간 작업한 결핍과 부재를 뚫고 기억을 다뤘던 결과물들과도 맞닿아 있다.

작가들은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가 가진 애도의 관행과 죽음과의 관계성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전통적인 장례식에 대한 제약은 집단적인 상실감 극복에 있어 장례식의 필수적인 역할을 부각했다”며 “이러한 혼란은 떠난 사람들의 부재에 말을 걸고, 그들이 우리 일상에 어떻게 계속 거주하는지 탐색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전시 현장은 과도기적 공간이 돼 부재가 구체화되고 유령과 대화할 수 있는 공간적 변화에 연루된 경계 지점이 된다.

정현주 포도나무갤러리 박사는 “작가들이 이방인으로서 조우하고 공감했던 광주와 한국 사회에 출몰하는 정신과 기억을 전시에 녹여냈다”며 “관람객들은 외부자가 바라본 탄핵 정국 안에서 시민들이 일구는 시대적 격변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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