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덜덜… 광주천변 자전거 도로 노후화 심각
●제2광천교~극락교~서창교 탐방
탄소중립도시 말뿐… 예산 부족
자전거전용도로에 보행자 활보
높은 덱· 방지턱에 라이더 위험
광주시 “현장조사 후 선별 보수”
입력 : 2024. 04. 17(수) 18:27
영산강변 자전거도로 곳곳의 포트홀에 위협을 느낀 라이더가 속력을 줄이고 있다.
“자전거 도로가 엉망이어서인지 라이더들이 다 도로로 몰리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광주천변 자전거 도로에서 만난 50대 라이더 안모씨가 울퉁불퉁 파인 도로를 가리키며 인상을 찌푸렸다.
 
안씨가 가리킨 자전거 도로는 포장이 벗겨져 움푹 파이고 균열이 나있었다. 하천을 잇는 나무다리는 볼록 솟아올라 땅과 5㎝이상 차이가 난다. 무심코 내달리면 걸려 넘어질 만한 곳들이 곳곳에 보였다.

안씨는“자전거 도로가 산보다 험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천변도 마찬가지로 일부 구간만 정비돼 있다”며 “자전거를 처음 타는 사람은 길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이용하는 겸용 도로가 대부분이다. 라이더들은 보행자 눈치를 보며 다니다 결국 도로로 나가게 된다. 목숨을 걸고 주행하는 꼴이다”고 덧붙였다.

전용도로가 있는 천변에서도 마음 놓고 달릴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 안씨는 ‘자전거전용도로’라 쓰인 길을 가리키며 “전용도로에 보행자가 있는데도 제재는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얘기하는 순간에도 라이더들이 길 가장자리로 보행자를 피해 가는 모습이 보인다.
 
자전거 도로 정비 확인을 위해 제2광천교 부근에서 극락교~서창교까지 자전거를 타고 둘러봤다.
 
일부 구간은 도로가 움푹 파여 있고 노면 균열·방지턱·높은 덱 등도 발견됐다. 극락교까지 가는 길은 최근 보수가 완료된 듯 깔끔했지만 이후 구간은 핸들을 꽉 잡아도 몸이 떨릴 만큼 도로가 노후됐다. 경사로가 마련되지 않은 높은 나무다리와 무용지물 방지턱도 대책이 필요해 보였다.
 
70대 한모씨는 “보행자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합쳐지는 구간이 있다. 자전거와 보행자 간 충돌이 생기면 위험하니 속력을 줄이라는 취지로 방지턱을 만들었다”며 “방지턱이 자전거 전용도로에 있어 라이더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데 이는 현장을 모르고 설치한 행정”이라고 질타했다.
 
전동자전거를 탄 지 1년 된 백동호(52)씨는 “수변 자전거길에는 턱이 높은 목교와 방지턱이 있다. 속도를 줄여도 자전거가 튕겨져 나간다”며 “위험한 구간을 만날 때는 늘 불안해 밤에는 주행을 절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주시에 따르면 현재 시에 조성된 자전거도로는 총 466개로 전체 길이는 664.77㎞에 달한다. 이 중 전용도로 25개 112.91㎞, 전용차로 3개 8.37㎞, 겸용도로 432개 525.02㎞, 우선도로는 6개 18.47㎞가 조성됐다. 자전거전용도로·자전거전용차로는 자전거만 통행할 수 있는 도로다. 겸용 도로는 자전거와 보행자가, 자전거 우선도로는 자동차와 자전거가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이 중 지난해 58건, 32.4㎞의 자전거 도로가 정비됐다. 올해 57건, 21.71㎞를 정비할 계획이지만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광주시 자전거도로 유지 예산은 27억으로 자전거도로 정비에는 9억9000만원이 소요된다.

광주시 관계자는 “예산을 확대해 달라고 끊임없이 건의하고 있지만 국가 재정난으로 전체적으로 예산이 삭감됐다. 영산강 주변에도 낙후된 자전거 도로가 많다. 강변에서 자전거를 타는 동호회인이 많아 이곳에만 6억3000만원이 교부됐다”며 “현장 조사 중이며 사고 위험이 큰 구간은 선별적으로 보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나다운 수습기자
나다운 수습기자 dawoon.na@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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