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무방비’ 무인점포, 방범시설 등 제도 보완 시급
절도 21년 58건서 22년 85건으로
경찰 업무 가중 경찰력 낭비·비판
영세업소 보안시설 설치 어려워
경찰, ‘양심거울’ 등 범죄예방 주력
입력 : 2024. 04. 29(월) 18:26
광주 북구 용봉동의 한 무인매장 매대 옆에 경찰이 부착한 ‘양심거울’이 설치돼 있다.
광주 북구 용봉동의 한 무인매장 계산대 옆에 절도 및 고의적 계산실수 시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경고문구가 부착돼 있다.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무인점포를 대상으로 한 절도 범죄가 증가하고 있지만 CCTV 설치 외에는 뾰족한 예방책이 없어 업주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잦은 절도 피해 신고에 경찰 업무가 가중되면서 경찰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무인점포 관련 규제 역시 미비해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2020년을 기점으로 코로나 확산에 따른 비대면 트렌드가 유행하면서 늘기 시작한 무인점포는 아이스크림 가게부터 세탁소, 즉석사진관, 편의점 등에 이어 최근에는 옷가게까지 등장하며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무인점포는 창업비용이 저렴하고 인건비를 아낄 수 있어 직장인 부업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무인점포는 매장 안에 종업원이 없어 물건을 훔쳐 달아나거나 기물이 파손되는 등 범죄에 취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광주지역의 무인점포 절도 건수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광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광주지역 무인점포 절도 건수는 2021년 58건에서 2022년에는 85건으로 1년 새 46.5% 증가했다.

범죄는 늘고 있지만 무인점포 업주 입장에서는 CCTV 설치와 경고문 부착 외에는 별다른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실제 광주의 무인점포 10여 곳을 확인한 결과 매장 곳곳에 CCTV와 함께 ‘바코드 없는 상품은 금액에 맞게 계산하라’, ‘계산누락 시 고의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어 일일이 사건접수를 하고 있다’, ‘절도 및 고의적 반복 계산 실수 합의 없이 법적 조치’ 등의 경고용 문구가 눈에 띄었다.

모든 상품에 바코드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손님이 직접 가격을 확인해 계산해야 하는 물품도 있었다. 무인계산기 이용이 서툰 어린이나 노인의 경우 의도치 않은 계산 누락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 보였다.

경찰에 무인점포 내 범죄 신고가 접수되면 CCTV 확인을 통한 용의자 추적과 고의 절도 여부 등을 판단하는데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는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행정력 낭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고가의 물품은 취급하지 않는 무인점포 특성상, 절도 피해액이 작게는 100원에서 1만원 단위의 소액인 상황에서 경찰 업무가 가중돼 정작 중요한 강력범죄 해결이나 우범지역 순찰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 이현성(25)씨는 “무인점포 업주가 부담해야 할 경비 및 관리 책임을 경찰에만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업주 스스로 절도 예방에 신경을 쓰는 등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영세업주가 보안시설을 설치·유지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는 주장도 있다.

한 무인점포 업주는 “별도의 방범 장치를 설치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 부담이 크다. 관리 인력이 상주하기에도 인건비 부담에 어려운 현실”이라며 “차선책으로 경고문구 등을 매장 곳곳에 붙이면서 예방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고 토로했다.

무인점포 범죄 예방을 위한 방범 시설 설치 등을 제도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무인점포는 자유업종으로 업종 특성상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이를 전담하는 지방자치단체 내 부서도 없어 관리 및 대처 방안은 물론 관련 통계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

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장은 “무인점포와 관련한 제도적 절차가 미비한 부분이 많다”며 “신분 확인 절차와 같은 절도 예방 및 방범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에서 영업을 허가하는 등 행정 규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소규모 절도 사건 대응에 한계가 있는 만큼 범죄 예방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광주 북구에서는 지난달 광주 최초로 무인점포에 ‘양심거울’을 설치했다.

양심거울은 계산대나 매대 근처에 거울을 배치해 자기 모습과 범죄 예방 문구를 확인하게 해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광주 북부경찰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무인점포 절도는 액수가 작아 계획적 범죄보다 충동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양심거울의 범죄 억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전체적인 반응이 좋아 경과를 지켜보고 추가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인점포 절도 피의자 중 미성년자 비율이 높은 만큼 학교전담경찰관이 예방 교육에도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무인점포에서 물건을 계산하지 않고 나가는 행위는 절도죄에 해당한다. 사안에 따라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처분을 받는다. 야간에 현관문 등을 훼손하고 침입해 절취하거나 2명 이상이 범행에 가담한 경우는 특수절도죄로 벌금형 없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글·사진=윤준명 수습기자 junmyung.yoo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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