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호랑이 군단의 환골탈태
최동환 취재2부 문화체육부장
입력 : 2024. 04. 17(수) 16:25
최동환 부장
뼈와 살이 바뀐다는 뜻의 환골탈태(換骨奪胎)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어떤 사물이나 인물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는 도가(도교)의 전설에서 온 말이다. 도가에서는 수련에 의해 새로운 경지에 이르는 것을 환골탈태라고 했다.

이에 관해 중국 송나라 시인 황정견이 자신의 독자적인 시가 창작법을 환골법과 탈태법이라고 표현했다. 황정견은 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시의 뜻은 무궁하지만 사람의 재능에는 한계가 있다. 한계가 있는 재능으로 수많은 뜻을 좇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선배 시인의 작품에서 뜻을 바꾸지 아니하고 말을 만드는 환골법과 작품의 뜻을 본받아 시구로 고쳐 표현하는 탈태법을 쓰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환골탈태는 여기에서 유래된 말로, 원래는 문학이나 예술 작품을 창작할 때 기존 작품의 구조나 아이디어를 차용해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창작 기법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더 넓은 의미로 확장돼 개인의 성장과 변화, 조직의 혁신, 사회의 변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표현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우리는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 것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할 때가 있다. 스포츠에서 약팀을 강팀으로 만들기 위해 선수들을 훈련으로 성장시키거나 트레이드·FA 영입 등으로 팀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것도 하나의 맥락이기도 하다.

올시즌 프로야구 KIA타이거즈가 환골탈태했다고 할 만하다. 16일 현재 정규시즌 14% 가량 소화한 시점에 14승5패로 단독 1위에 올라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7승2무10패로 8위였던 점을 고려하면 전혀 다른 팀이 됐다. 외야수 나성범을 시작으로 주축선수 뿐 아니라 백업요원까지 7명이 부상 악령에 시달리고 있지만, 흔들림없이 고공행진 중이다.

심재학 단장이 주도하는 프런트 시스템에 이범호 감독의 초보 답지 않은 운영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강팀으로 변모했다. 베스트 전력이 아닌데도 팀 평균자책점(3.04), 타율(0.300), OPS(0.836) 모두 1위를 달릴 정도로 투타 밸런스가 좋을 만큼 뎁스가 두꺼워졌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외국인투수들의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았지만 올해는 여러 교차 검증을 거쳐 영입한 윌 크로우와 제임스 네일이 연착륙에 성공하며 선발진이 안정됐다. 마무리 정해영을 필두로 곽도규, 전상현, 최지민, 장현식 등의 불펜도 탄탄하다. 타선에서는 방출 아픔을 겪은 베테랑 내야수 서건창을 영입한 건 신의 한수였다. 서건창이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면서 2루수와 1루수를 번갈아가며 맡아 팀 야수 운영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이제 시즌 초반이다. 남은 경기가 아직은 많다. 시즌 초반 상승세를 끝날 때까지 꾸준히 유지해 지역 팬들에게 우승을 선사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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