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머그샷
김성수 논설위원
입력 : 2024. 04. 23(화) 16:37
김성수 논설위원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Never Surrender!)’라는 문구와 눈을 부릅뜨고 불만 가득한 얼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3년 8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검찰에 출두, 수감 전에 찍은 머그샷(mugshot·범죄자 인상착의 기록 사진)의 모습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머그샷을 찍은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미국은 어떤 범죄건 피의자가 되면 머그샷을 찍고 공개한다.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마이클 잭슨, 빌 게이츠, 타이거 우즈 등의 유명인사 역시 머그샷이 공개됐다.

머그샷은 체포된 범인을 촬영한 사진을 의미하는 은어이다. 정식 명칭은 ‘Police Photograph’이다. 18세기에 ‘Mug’란 말이 얼굴의 은어로 쓰였던 데서 유래한다. 컵의 일종인 머그라는 단어가 ‘얼굴’이라는 뜻의 속어로 쓰이게 된 것이다. 머그샷은 19세기 미국의 탐정 앨런 핑커튼이 도입했다. 현상수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흉악범에 대한 머그샷 공개가 첫걸음을 뗐다. 이별을 통보하려 한다는 이유로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그의 어머니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레아(26) 씨의 신상정보가 지난 22일 공개됐다. 수원지검은 김 씨의 이름과 나이,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홈페이지(www.spo.go.kr/suwon)에 공개했다.

수사기관이 중대 범죄 피의자의 얼굴을 강제로 촬영해 공개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머그샷 공개법’(특정 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은 지난해 10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해 올해 1월 25일부터 시행됐다. 법 제정 후 검찰이 피의자의 머그샷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보통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천인공노할 범죄자들이 발호하고 있다. 지하철역, 공원, 도심 거리, 상가, 주택가에서 흉악범들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범죄로 시민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체포된 인면수심의 범죄 행위자들은 마스크, 모자로 얼굴을 가린다. 범죄자의 얼굴을 공개했지만 CCTV 화면 사진, 뽀샵 사진이 고작이었다. 실제 얼굴과 구분이 어려운 얼굴 공개가 과언 피해자와 무고한 시민들을 위한 일인가. 무분별한 얼굴공개에 대한 시스템 개선은 충분히 요구되지만 생명을 빼앗고 가족을 파멸시키는 범죄자의 낯짝을 공개하는 건 마땅하다. 머그샷 시행은 사회정의의 첫걸음이자 강력 범죄자에 대한 관용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서석대 최신뉴스더보기

실시간뉴스

많이 본 뉴스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