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형영>내 노후 걱정, 내 자녀의 노후걱정
김형영 광성PVC사 대표·국민연금수급자
입력 : 2024. 04. 17(수) 10:36
김형영 대표
올해 2월부터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했다. 20~50대 “젊은 시절 국민연금을 꼬박꼬박 내면 자식에게 부모 부양 부담을 주지 않고 노후생활을 할 수 있다”라는 말을 반신반의하며 국민연금을 납부해 왔었다. 어느덧 국민연금 납부가 끝나고 연금을 받게 된다고 하니, 내가 벌써 이렇게 나이가 들었나 씁쓸한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나의 노후는 물론 더 나아가 내 자녀들의 노후까지 걱정이 되는 것은 모든 부모들의 마음일 것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처럼 자식에 대해 끝없이 헌신하는 시대는 가고, 이제 나의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걱정하고 준비해야겠지만, 국민연금 광주지역본부에서 연금 상담을 받다 보니 옆에서 아직 젊은 20대 취업준비생, 대학생, 군 복무 중인 자식들의 노후 걱정에 한 달에 9만원씩 연금보험료를 형편이 되는 한도 내에서 내고 싶다고 상담하는 지역 주민을 보면서 내 노후 걱정에 더해 자식 걱정도 하는 나를 보며 우리 부모님의 마음이 생각났다.

요즘 주변 누구를 만나도 먹고 살기 어렵다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젊은 시절 일할 때부터 이런 말을 안 듣고 살아온 적은 없는 걸 보니 돈 걱정 없이 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소득은 늘지 않는데 물가만 계속 오르는 듯하고,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힘들고, 높은 집값과 자녀 양육 등에 대한 부담으로 결혼을 결심하는 것도 쉽지 않고, 결혼 후 자녀 학비와 학원비 등으로 생애 기간 내 항상 돈 걱정을 하고 살게 되는 게 대부분의 사람들일 것이다.

특히, 내 주변을 보면 우리 베이비붐 세대는 부모의 무조건적인 헌신 했던 삶을 배우면서도 현명하게 나의 노후도 걱정하고 준비하며 살아가는 듯하다. 개중에는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며 얼마 안 되는 재산이지만 상속이나 증여를 고민하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

최근 노후를 준비하다 보니 상속이나 증여 관련 언론 기사들을 관심 있게 보게 된다. 자녀의 돈 걱정 없는 삶을 위해 물려줄 재산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자녀의 긴 앞날을 위해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짧은 기간이라도 내 자녀의 국민연금을 대신 내주는 것을 고민하는 분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국민연금공단에 문의하니 만 18세가 되면 국민 누구나 소득 활동에 종사하지 않아도 임의가입이란 제도를 통해 월 9만원 이상을 납부할 수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나중에 형편이 안 돼 납부를 중단하더라도 30세 전후 자녀가 직장생활을 하게 된다면 예전에 냈던 국민연금과 연결이 되고 납부 개월 수가 꾸준히 누적되어 가입 월수가 120개월이 넘으면 납부한 금액과 가입기간을 따져서 결정된 연금을 준다고 한다.

자녀가 취업하거나 사업 등을 통해 스스로 소득 활동을 하게 되면 국민연금 납부는 의무로 바뀌고 가입기간은 10년을 훌쩍 넘길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노후에 받게 되는 연금액도 훨씬 늘어날 것이다.

자녀에게 물려줄 큰 재산이 있는 건 아니다 보니 자녀가 스스로 소득 활동하기 전까지만이라도 매월 9만 원씩 국민연금 보험료를 대납해줘서 조금이라도 내 자녀의 노후가 별 탈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게 자식을 가진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또한 어느 부모의 마음이 다 그렇겠지만 내 자녀가 아무 걱정 없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게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자녀의 미래에 대해 항상 노심초사하는 우리나라 부모님들에게 국가가 운영하는 국민연금이라는 제도를 활용해보는 것을 고민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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