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세이·최성주>지구의 숨통을 틔우는 국제환경협약, 왜 중요한가
최성주 고려대 특임교수·전 주폴란드 대사
101)지구 환경보호를 위한 국제법 규범
입력 : 2025. 06. 30(월) 15:42
현재 지구에는 80억이 넘는 인류가 살고 있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인류 공동체의 구성원이다. 지구가 건강해야, 인류도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도 설계할 수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지구는 생명체가 존재하는 유일한 혹성(惑星)이다. 우리가 지구의 환경보호에 적극 나서야 하는 절실한 이유다.

18세기 중반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공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인류의 자연 파괴로 생물다양성이 계속 훼손되고 있다. 사막화 및 오존층 파괴 등도 심화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총체적으로 위협받는 지구환경을 보호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국제법규범 체계가 작동되고 있다.

현재의 환경분야 국제법규범, 즉 환경법 체계는 일곱 개의 주요 협약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대표적인 3개 협약은 기후변화기본협약(UNFCCC)과 생물다양성협약(UNCBD), 그리고 사막화방지협약(UNCCD)이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 문제는 해수면 상승, 홍수와 폭염, 가뭄 등 지구 도처에서 기후 재앙을 야기하고 있다. 그럼, UNFCCC와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 협약들은 공통적으로 기후 대응을 위한 국제협약이지만, 파리협약은 UNFCCC를 기반으로 더욱 발전된 것이다. 파리협약은 UNFCCC의 당사국들이 합의하여 지구 온도의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상으로 제한하고, 가급적 섭씨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UNFCCC와 달리, 파리협약은 각국이 자국의 상황에 맞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5년 주기의 이행 점검을 통해 감축을 가속화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한편, 생물다양성협약은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종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보전할 것을 규정한다. 그런데 기후변화는 육지는 물론, 바다의 생물다양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사막화방지협약은 사막화 및 건조 지역의 황폐화를 예방하고, 땅의 생산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기 위한 협약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의 지속은 산림 훼손은 물론, 사막지역의 확대를 초래한다.

이외에도 오존층 파괴 물질을 규제하기 위한 몬트리올 의정서, 유해폐기물의 국경간 이동을 규제하는 바젤 협약, 습지 보호를 위한 람사르 협약, 멸종위기 동식물의 국제거래를 규제하기 위한 멸종위기종 보호협약(CITES) 등도 주요 환경협약에 속한다. 오존층이 파괴될 경우 지표면에 도달하는 자외선의 양이 증가하여, 피부암과 백내장 발생, 농산물 수확 감소 및 해양 생태계 파괴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냉장고의 냉매로 쓰이던 프레온 가스와 같은 오존층 파괴 물질은 이미 시장에서 퇴출된 상태다. 한편, 전남의 순천만 및 무안, 증도 등의 갯벌은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어 있다. 갯벌은 어패류와 갑각류 등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이면서, 해양 환경을 정화하고 홍수와 태풍 피해를 완화하는 등 지구 생태계를 위해 중요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CITES는 인간의 탐욕과 환경파괴로 소멸될 위기에 처한 희귀종(種)의 포획과 거래를 금지한다.

예를 들면, 호랑이 가죽이나 뼈 및 코끼리 상아 등이 이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CITES의 국내 이행을 위해,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위반자에게는 징역형 등 사법조치를 가하고 있다.

기후와 생물종(種), 유해물질 등 인간의 활동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분야별로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범이 바로 환경협약이다. 현존하는 국제환경협약은 250개가 넘는데, 이 중 중요한 다자 환경협약은 위에서 설명한 7대 협약을 포함하여 20개 정도다. 환경협약을 포함하여 국제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요소는 협약 위반국에 대한 이행강제 내지 제재조치 여하이다. 이는 곧 국제법의 한계이기도 한데, 국제법의 경우 국내법과는 달리, 주권국가에 대한 법적 강제력을 동원하기가 극히 어렵다. 그렇지만, 평가 시스템을 통한 동료 압박(peer pressure) 내지 신뢰구축 등의 실용적 조치는 가능하다.

국제환경법규범의 저변을 형성하는 기본원칙은 지속가능성, 즉 미래세대를 배려하는 마음가짐이어야 한다. 미래세대의 행복과 번영을 생각한다면, 현재 세대의 물질적 풍요는 적절한 수준에서 절제되어야 할 것이며, 이것이 곧 ‘지속가능발전’의 근본 개념이기도 하다. 수많은 환경협약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은 기후변화협약이다. 탄소배출을 급격하게 줄이지 않고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없으므로, 정부는 물론, 기업과 개인들이 함께 나서서 생산 및 소비 패턴을 변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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