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비대면 대출 중단…‘급전’ 필요한 차주들 불편
정부 ‘6·27대책’ 여파 전산 수정
서비스 재개까지 수일 소요 전망
“영업시간 맞춰 은행 직접 가야”
대면창구 찾은 시민들 볼멘 소리
입력 : 2025. 06. 30(월) 17:59
30일 광주광역시의 한 은행 창구에서 시민이 개인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윤준명 기자
정부의 고강도 가계부채 규제 여파로 은행권이 비대면 대출 창구를 닫으면서, 광주·전남 지역에서도 차주들의 불편이 발생하고 있다. 모바일 앱에 익숙한 청년층부터 긴급 자금이 필요한 자영업자까지, 당분간 대면 창구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30일 찾은 광주광역시의 한 은행에는 대출 상담을 위해 방문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 시행으로 비대면 대출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중단됐기 때문이다.

직장인 A씨는 “이사 자금 일부를 대출로 충당하려 했는데, 앱에서 신청이 막혀 당황했다”며 “영업시간에 맞춰 직접 은행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신용대출의 비대면 신규 접수를 일제히 중단한 상태다.

영업점 없이 모바일 앱으로만 운영하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도 일부 대출 상품 취급을 멈췄다. 지역 기반의 광주은행 또한 전세대출과 주담대 등의 비대면 신청을 일시 차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른 여파다. 새 규제안은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신용대출의 경우 연 소득 범위 내로 한도를 제한하는 강도 높은 대책이다. 규제가 발표 하루 만에 즉각 시행되면서, 은행권은 사전준비 없이 전산 시스템 수정에 돌입했고, 이로 인해 비대면 대출 창구가 동시에 중단됐다. 이에 따라 지역의 일선 은행에는 관련 전화·방문 문의가 증가하기도 했다.

각 은행들의 전산 시스템에 새 기준을 적용하는 작업에는 최소 일주일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단순한 문구 변경을 넘어 대출 조건, 심사·소득 반영 기준 등 시스템을 전면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수도권만큼은 아니지만 광주·전남 지역도 일부 혼선이 있는 듯 하다”며 “특히 전산을 급히 수정해야 하는 특수상황이라 직원들이 주말도 반납한 채 작업과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최대한 빠르게 비대면 대출 서비스가 재개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충분한 사전 조율 없이 규제를 시행하면서 현장의 혼란과 불편이 가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신용대출의 경우 전체의 80% 이상이 비대면으로 이뤄졌던 만큼, 비대면 창구 중단에 따른 차주들의 불편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대체로 비대면보다 금리가 높은 대면 대출로 전환해야 하는 점 역시 서민들에게는 부담이다.

자영업자 박모(55)씨는 “당장 카드값을 막아야 했는데, 앱으로는 대출이 막혀 상당히 불편했다”며 “갑작스러운 규제 때문에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비대면 대출 서비스가 재개되더라도 대출 문턱은 전보다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당국이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힌 만큼, 은행들은 신규 대출에 있어 보수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특히 신용대출의 경우 은행마다 일일 한도를 제한하거나 심사 기준을 더 까다롭게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규제 시행 이후 은행권의 대출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필요 시 추가 규제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들의 월별·분기별 관리목표 준수 여부와 지역별 대출동향을 철저히 점검하겠다”며 “필요할 경우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추가 강화, 전세·정책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확대, 주담대 위험가중치 조정 등 준비된 추가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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