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차별 속 이주민의 삶, 광주 더 따뜻해지길
광주 ‘진짜 고향’ 느끼게 해야
입력 : 2025. 06. 30(월) 18:21
광주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의 민낯을 다시금 비추고 있다. 미얀마에서 귀화해 19년째 광주에 거주 중인 조애정(초초아이젠) 씨는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민 친구들이 사장에게 폭언과 욕설을 듣는다”고 토로했다. 3개월치 임금을 받지 못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반면, 공공기관 직원들의 친절과 따뜻한 설명에 감사함을 느끼며 “외국인도 차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케냐 출신 유학생 엘비스 씨는 9년째 광주에 머물고 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광주는 제2의 고향”이라며 지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일자리가 없어 휴학을 결정했다”며 지역 내 외국인 취업 기회 부족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광주가 이주민들에게 어떤 도시인지, 그리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다문화 공존을 표방한 지 오래지만, 일상 속 차별과 제도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이 겪는 폭언·체불 같은 구조적 문제는 개선의 여지가 아니라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다행히도 이주민건강센터, 국제교류센터 등 지역 기반의 기관들이 이들에게 통역, 일자리, 상담 등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다. 행정기관이나 은행에서 업무 등을 보러 갈 때도 이들의 도움이 크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의 지속가능성은 행정의 의지에 달려 있다. 단발성 사업이 아니라 지역 인프라로 정착시키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다. 광주는 5·18의 정신을 품은 도시다. 인권과 정의를 외쳤던 그 목소리는 이제 국적과 언어를 넘어야 한다.

광주에 머무는 이주민들, 나아가 이곳을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이 차별과 배제로 고통받지 않도록 지역 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 일자리 하나, 권리를 위한 제도 하나가 이들에게는 광주를 ‘진짜 고향’으로 느끼게 하는 기반이 된다. 더 이상 ‘좋은 사람도 있지만 차별도 있다’는 말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상식이 현실이 되는 광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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