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AI·재생에너지 구체적 실행 전략 서둘러야”
李 대통령, 타운홀 미팅서 지적
산단 조성·규제 완화 목소리만
“현장 기반 구체성·치밀함 부족”
실행 중심 산업생태계 설계해야
입력 : 2025. 06. 30(월) 18:33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 미팅’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의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과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새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보다 구체적인 실행 전략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광주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지역 전략산업에 대한 명확한 실행계획 제출을 강하게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30일 광주시와 전남도 등에 따르면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를 ‘AI 모빌리티 신도시’로 조성하겠다며 300만 평 규모의 AI·미래차 산업단지를 소개하고, AX실증밸리(AI 2단계)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국가 AI컴퓨팅센터 유치를 정부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부지만 조성하면 기업이 저절로 오는 것이냐”며 산업화 전략과 기업 유치계획 등 실행 기반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해상풍력과 태양광 중심의 재생에너지 계획을 제시하며 전력계통 포화 해소, 인허가 제도 개선, 전기요금 조정 등을 요청했지만, 이 대통령은 “지사님은 조사 안 해보셨나?”, “돈 문제예요? 규제 문제예요?”라고 반문하며, 구체적 분석과 실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계획이 아닌 전략을 제출하라”고 재차 강조한 데에는, 부지 확보나 수치 제시만으로는 국비 지원이나 제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의 구상은 방향성과 잠재력은 충분하나, 실행 수단과 참여 구조 등 핵심 요소가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광주시는 컴퓨팅 인프라 확보와 부지 조성 계획을 내세웠지만, 인프라 활용 기업에 대한 수요조사, 입주 대상 기업군, 인센티브, 산업 생태계 조성 계획 등은 제시하지 않았다. 특히 창업 지원, 실증 환경, 데이터 활용 방안 등이 빠져 있어 산업화 전략으로서의 완성도는 낮다는 평가다.

전남도 역시 23GW 규모 해상풍력·태양광 단지와 RE100 특화산업단지, 에너지 기본소득 구상을 밝혔지만, 계통 연계 용량, 송전망 건설 일정, 주민 수용 대책, 수익 공유 모델, 기업 유치 인센티브 등 실행 전략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정치권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국혁신당 광주광역시당은 지난 26일 논평을 내고 “이재명 대통령의 호남 타운홀 미팅은 시민에게 발언권을 돌려준 열린 정치의 장이자, 지방정부의 전략 부재와 준비 부족이 여실히 드러난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혁신당은 “대통령이 첫 타운홀 미팅 지역으로 호남을 선택한 것은 침체된 지역 현실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만, 지자체장들은 자화자찬에 그치며 핵심 질의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며 “재생에너지, 반도체, 인공지능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도 현장 기반의 구체성과 치밀함이 부족했고, 여전히 ‘기승전 국비’와 국가산단 유치에만 매몰된 전시성 대응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략 없이 국비에만 기대는 관성적 접근으로는 실질적 발전이 어렵다”며 “중앙정부 탓만으로는 시민을 설득할 수 없다. 이번 타운홀 미팅을 계기로 호남 정치가 시민의 삶에 쓸모 있는 정치로 재편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타운홀 미팅 이후 양 시·도의 후속 대응도 목표 제시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는 AX실증밸리 예타면제, 공공형 AI컴퓨팅센터 유치, 신기술 기업 실증·규제프리존 지정 등을 언급하며 차별화된 AI 중심 도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지만, 기업 유치 전략과 산업화 연계 방안의 구체화가 부족한 상황이다.

김영록 지사 또한 지난 26일 민선 8기 출범 3년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에너지수도 전남’을 공표하며 청사진과 목표에 대해 발표했으나 핵심 실행 수단은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실질적 지원을 이끌어 내려면 지자체가 실행 중심의 전략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 AI업계 관계자는 “AI 인프라를 실제 활용할 기업군에 대한 수요조사와 인센티브 설계, 실증 테스트베드와 창업 지원체계 등 산업 생태계 설계가 필요하다”며 “기업 입주 유인책으로 지방세 감면, GPU(그래픽처리장치) 활용 보조금, 전력요금 할인 등 현실적인 인센티브와 함께 연도별 투자계획 및 기업 유치 일정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도의 재생에너지 전략도 계통망 확충, 주민 수용성 확보, 환경 갈등 관리 등 ‘3대 실행 조건’ 없이는 실현이 어려운 만큼 정부에 관련해 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한 전문가는 “송전망 공동 구축 협의, HVDC(고전압직류송전) 건설 일정 공개, 계통 접속 우선순위 조정 등 구체적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전문가는 “RE100 특화산단도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려면 단순 명칭이나 지정 수준을 넘어, 전용 부지 확보, 전기요금 인센티브, PPA(전력구매계약) 구조 설계, 환경 민원 사전관리까지 포함된 실행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지현·정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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