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아진 상처 직시하고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할 때"
[신간]도둑맞은 여자들
엘리스 로넌│북라이프│2만3000원
입력 : 2025. 05. 08(목) 16:37
도둑맞은 여자들
출간 직후 전미 대륙을 휩쓴 베스트셀러가 최근 국내에서 출간됐다. 여성들을 향한 억압과 통제, 편견이 어디서부터 시작돼 어떻게 고착돼 왔는지 살펴보며 이러한 굴레에서 벗어날 길을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여성은 문화적으로 프로그래밍 됐다. 역사와 사회는 여성을 △가부장제 △7대 죄악 등의 굴레에 가뒀다. 여성에 얽힌 왜곡된 신화와 인식은 수천 년이 흘러 현재의 삶 곳곳에서 아프게 드러난다. 나태, 시기, 교만, 탐식, 탐욕, 정욕, 분노는 피해야 할 죄라는 신념이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의 사유 구조로 내면화됐는지 추적하고, 이 억압이 여성의 본능과 가능성을 어떤 식으로 왜곡하는지 생생하게 묘사한다.

‘좋은 여성’이 되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고 부정해야 하는 건 현대사회에서도 사라진 관습이 아니다. 이 작품은 많은 이들을 숨 막히게 만드는 세상의 숨겨진 질서들의 기원을 들춰내고 여성이 삶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대담한 도전이다.

이처럼 현대의 삶에서 억눌린 여성의 감정과 욕망, 행동에 관한 이야기를 쫓다 보면 결국 인류가 걸어온 전 역사에 대한 고찰과 재검토로 이어진다. 따라서 본문은 종교, 권력, 질서, 도덕이라는 명목하에 제약되고 왜곡된 인류 모두의 본성과 삶에 관한 이야기로도 다가온다.

마땅히 누려야 했지만 금기시되고 결국 잃어버리게 된 권리와 자유의 해방을 꾀하는 선언문. 이제라도 수명이 다한 가부장제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시대에 더 부합하는 원칙으로 사회 구조를 재정비할 때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오랫동안 우리 삶을 쪼그라뜨려 온 폭력의 관행과 전술을 확인하고 이러한 역사가 남긴 구멍과 상처를 직시해야만 한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