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도전에 날개 달아준 ‘최고의 뒷받침’
‘V12’ KIA타이거즈 2024년 결산
<3> 심재학 단장
김태군 영입·재계약 결과로 증명
선수단 해외 파견 기량 향상 도모
외인 투수 부진·부상에 적극 투자
“기쁨은 하루로 끝… 새 시즌 시작”
입력 : 2024. 11. 05(화) 13:08
KIA타이거즈 심재학 단장이 지난달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승리, 4선승 고지를 밟으며 우승을 차지한 뒤 축승회에서 선수단에 축하 인사를 전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우승의 기쁨은 오늘 하루로 끝이다. 내일부터는 새로운 시즌의 시작이다.”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사과와 함께 지난 시즌 종료 후 고개를 숙였던 심재학 단장은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인사로 박수 속에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가을 야구 탈락에서 열두 번째 우승으로 KIA타이거즈의 위치를 180도 바꿔놓은 덕분이었다.

지난해 시범경기를 마친 직후 장정석 전 단장의 금품 요구 의혹이 일며 시즌 도중 소방수로 투입된 심 단장은 1년을 수습에 꼬박 매진했다. 특히 조직 내부 정비에 집중했고 이 과정에서 운영과 데이터 등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수습에만 임기 첫해를 보낸 심 단장에게 또 악재가 닥쳤다. 올해 스프링 캠프 출발 직전 김종국 전 감독이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사실이 알려진 뒤 구속영장 청구까지 이어지며 전격 경질됐고, 이범호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하며 재차 분위기 수습에 나서야 했다.

연이은 풍파 속에서도 심 단장은 꿋꿋이 버텨냈다. 2023시즌을 우승의 기반을 다지는 해로 삼았다면 2024시즌은 잘 뿌려놓은 씨앗의 성과를 수확하는 해였다. 특히 초보 행정가와 초보 사령탑이 나란히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가장 먼저 해결한 과제는 안방 강화였다. KIA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박동원이 자유 계약(FA) 시장에서 LG로 떠나며 주전 포수를 잃었고 주효상과 한승택, 신범수, 김선우, 한준수가 돌아가며 마스크를 썼다.

다섯 명의 포수가 시간을 분배해야 할 정도로 확실한 주전이 없었기에 심 단장은 지난해 7월 류지혁과 맞트레이드를 통해 안방 강화를 이뤘다. 이어 10월에는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하며 김태군을 확실히 눌러 앉혔다.

안방을 강화한 뒤에는 선수단 기량 향상을 위해 해외 파견 루트를 개척했다. 지난해 11월부터 호주 프로야구(ABL) 캔버라 캐벌리에 내야수 박민과 투수 김현수를 풀 시즌, 투수 곽도규와 김기훈, 유승철, 홍원빈을 하프 시즌 동안 파견하며 실전 경험을 쌓게 했다.

이어 지난해 12월부터는 미국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 센터에 투수 곽도규와 윤영철, 이의리, 정해영, 황동하와 함께 정재훈 투수 코치와 이동걸 불펜 코치를 보내 구속 증가와 구위 향상, 지도 프로그램 습득 등을 도왔다.

FA 시장에서는 집토끼 단속에 집중했다. 이미 김태군을 붙잡아놓은 상황에서 고종욱, 김선빈과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고 최형우와는 비FA 다년 계약을 맺으며 주축 선수들을 지키는데 성공했다.

또 올 시즌에 앞서 토마스 파노니, 마리오 산체스와 모두 결별하고 윌 크로우와 제임스 네일로 외인 투수진을 꾸렸지만 부상과 부진 등 변수가 이어지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크로우가 팔꿈치 부상을 입자 캠 알드레드를 영입한 뒤 애매한 모습을 보이자 에릭 라우어로 교체하는 강수를 뒀고, 네일이 시즌 막바지 턱관절 골절을 당하자 에릭 스타우트를 긴급 수혈했다. 네일의 긴급 수술 과정에서도 심 단장을 필두로 한 프런트의 신속한 대처가 빛났다.

이 같은 과정들은 우승이라는 결과물로 꽃을 피웠다. 정규시즌을 완주한 김태군은 한국시리즈에서도 다섯 경기를 모두 주전으로 책임졌고, 특히 4차전에서는 만루홈런을 터트리는 등 맹활약으로 우승 포수의 꿈을 이뤘다. 후배인 한준수의 성장세에도 선배 김태군의 역할이 컸다.

또 곽도규는 한국시리즈에서 두 차례 구원승을 챙기는 등 필승조의 중심으로 우뚝 섰고, 정해영은 호랑이 군단의 뒷문지기로서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윤영철과 이의리, 황동하도 향후 KIA의 선발진을 책임질 수 있는 자원으로 성장했다.

네일 역시 구단의 적극적인 지원에 보답하듯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국시리즈 출전이 어렵다는 전망 속에서도 수술 이후 한국에 남아 재활에 매진하며 엄청난 회복 속도를 보였고, 1차전과 4차전 선발을 훌륭히 책임졌다.

하지만 심 단장은 올해 우승이라는 성과는 이미 지나간 일이라는 마음가짐이다. 프런트를 책임지는 수장인 만큼 곧바로 새 시즌 구상과 준비에 돌입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심 단장은 우승 직후 “제게 우승의 기쁨은 오늘 하루로 끝이고, 내일부터는 새로운 시즌의 시작이다. 당장 전략 회의부터 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며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더욱 철저하고 겸손하게 다음 시즌을 준비하겠다. 올해보다 나은 시즌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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