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박하선의 사진풍경 95>망향의 언덕
입력 : 2023. 08. 17(목) 16:08
박하선
사할린 동포 ‘배도흘’의 안내를 받아 ‘코르사코프’라는 남쪽 항구에 갔다.

언덕 위에 오르니 부둣가 저 멀리까지 바다가 가없다.

‘망향의 언덕’이란다.

일제가 패망하자 돌아가는 일본인들을 부러운 눈으로 보면서

이곳 동포들은 너나없이 이 언덕에 올랐다.

자신들을 조국으로 실어다 줄 배가 오리라 믿고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배는 끝내 오지 않았다.

조국이 이들을 버렸다기 보다는

애당초 기대를 말았어야 했다.



그때가 벌써 78년 전 일이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음이다.

그때 우리는 단지 짧은 해방의 기쁨을 누렸을 뿐으로

아직도 우리는 그 잔재를 훌훌 털어버리지 못하고 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진화된 형태의 식민정책을 가지고

그 빈자리를 차지한 또 다른 점령군들의 힘을 입어

오히려 역습을 당하고 있는 꼴이다.

이렇다보니 ‘지역속국’이란 비난성 발언도 들려오고.



나라를 팔아먹으면서 ‘내가 매국노다!’ 라고 말하는 자 없을 것이고,

평화를 말하면서 전쟁을 흔들어 깨우고,

적과의 동침도 필요한 시국에 스스로 적을 만들어 가며,

자국민의 눈물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직도 철판을 깐 타국의 음흉한 정책에 호위무사를 자청하는 무리들.

그들이 버젓이 애국자라고 말하니 사방에서 박수를 친다.

이래저래 오늘도 날이 무지하게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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