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엔 원기회복… 전남으로 보양식 여행 떠나자
여수 갯장어, 풍부한 단백질 자랑
강진 회춘탕, 12가지 한약재 풍성
완도 해신탕, 전복·문어·닭 한곳에
입력 : 2025. 07. 12(토) 08:54
여수 갯장어. 여수시 제공
아스팔트가 녹을 듯한 무더위 속에서 원기 회복이 절실해진 지금, ‘식재료의 천국’인 전라남도의 여름철 제철 보양식이 주목받고 있다. 제철 갯장어를 비롯해 전복, 문어, 닭 등 몸에 좋은 식재료가 풍성하게 제맛을 낼 시기다. 지자체가 자체 개발해 지역 대표 음식으로 자리잡은 강진 회춘탕과 완도 해신탕은 물론, 지역 곳곳의 보양식들이 전국의 미식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여수 갯장어

보양식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장어 중에서도 여름철 한두 달에만 맛볼 수 있는 것이 갯장어다. 특히 여수 갯장어는 전국 팔도에서 찾는 명물로, 남해안은 서해안에 비해 수심이 깊고 조류가 세서 갯장어 특유의 육질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어인 ‘하모’로도 흔히 불리며 개처럼 이빨이 날카롭고 성질이 사나워 잘 물기 때문에 ‘갯장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강한 성미와는 다른 부드러운 육질과 풍부한 단백질로 원기회복에는 으뜸이라고 전해진다. 양식이 가능한 뱀장어와 달리 그물이나 통발로도 잡을 수 없는 갯장어는 100% 자연산, 낚시로만 잡을 수 있는 귀한 고기다. 또 여름 한철에만 잡히는 탓에 전국의 미식가들이 부러 여수를 찾게 만든다.

이맘때 여수 앞바다에서는 하루 평균 20여척의 어선이 갯장어 3여톤씩을 낚아 올린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갯장어는 뼈째로 잘라 씹는 맛이 살아있는 회나, 잔가시를 촘촘하게 끊어내 끓는 육수에 살짝 데쳐먹는 샤브샤브로 즐기면 좋다. 이 외에도 물회, 소금구이, 된장 통구이, 고추장 양념구이 등으로 다양하게 변신할 수 있다. 갯장어는 색깔이 검고 씨알이 굵을수록 육질이 좋으며 육안으로 감별이 어려울 때는 어항 속에서 가장 팔딱팔딱 뛰는 녀석을 고르면 된다.

여수수협 공판장이 있는 봉산동과 경도 등지에 전문 식당이 모여있다. 또 남산공원을 지나 돌산대교 가는 어귀에 위치한 당머리참장어(갯장어)거리, 국동, 신월동 등지에서도 갯장어 맛집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강진 회춘탕. 전남도 제공
●강진 회춘탕

조선시대부터 해산물과 육고기가 풍부한 강진에서는 여름철 보양식으로 회춘탕이 만들어졌다.

회춘탕은 가시오가피, 당귀, 헛개나무, 뽕나무 등 12가지 한약재료로 만든 육수와 닭, 문어, 전복 등을 넣고 삶은 음식이다.

회춘탕은 수산물이 풍부한 강진 마량항 주변에서 전해져 온 향토음식으로 먹으면 ‘회춘한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회춘탕의 유래는 조선시대 동의보감·방약합편 고서에서 노인의 기혈 쇠약, 노화 방지 등을 위한 한약재 기반의 약탕 제조에서 시작됐다.

근대 이후 지역 한정식 전문점에서 몸보신용 탕 요리로 상품화돼 소비자 식탁에 오르고 있다.

소금을 한 톨도 넣지 않고 12가지 한약재를 1시간 이상 고아서 담백하게 우려낸 국물에 문어와 전복, 닭을 넣고 끓인 게 특징이다.

강진군청 인근에는 회춘탕을 먹을 수 있는 음식점 10여곳이 형성돼 있다. 10여곳은 △가족회관 △황금들식육식당 △으뜸식당 △오뚜기식당 △만호성 △석문정 △하나로식당 △거목촌식당 △팔암가든 △은행나무 등이다.

강진군은 회춘탕의 역사적 의미가 변질되지 않도록 10여곳을 인증업소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최근 들어 강진군은 바쁜 현대인들이 지역 대표 음식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밀키트 간편식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간편식은 1인용으로 1만5000원에 구매가능하며 진하게 우려낸 육수와 건더기, 녹두죽 등으로 채웠다.

관내 황금들식육식당에서 공급하며 구매는 온라인 초록믿음강진군직거래 쇼핑몰에서 가능하다.

2023년 9월 출시된 간편식은 6월 기준 1348개, 2022만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완도 해신탕. 완도군 제공
●완도 해신탕

완도지역 전복 생산량은 전국 대비 72%를 차지하고 있으며 게르마늄이 다량 함유된 맥반석으로 이뤄진 청정 해역에서 자란 미역과 다시마를 먹고 자라 품질이 우수하고 육질이 연하고 부드럽다.

전복은 주로 회로 썰어먹거나 죽, 구이, 찜으로 즐겨 먹는 게 보편화 돼있지만 완도 지역에서는 여름철 별미 보양식으로 전복, 문어, 꽃게, 닭, 황칠 등을 넣어 ‘해신탕’을 끓여 먹는다.

해신탕은 조선시대 궁중 보양식인 ‘용봉탕’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용(해산물)과 봉(닭)이 어우러진 요리로 솥에 넣고 끓여내는 조리법이 특징이다. 완도해신탕은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지역 어촌만의 재료를 더한 민간 궁중식으로 자리매김했다.

1990년대 이후 완도가 전복 양식의 메카로 떠오르면서 해신탕은 지역 특산물인 전복을 활용한 고급 보양식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지역 소라횟집, 바위섬식당 등 4곳에서 해신탕을 맛볼 수 있으며 여름철 관광객들이 찾는 필수 음식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곽지혜·조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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