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대통령, 증거인멸 우려로 내란 혐의 재구속
진술 번복·계엄문서 조작… 외환 혐의도 수사
한덕수·이상민 등 국무위원 조사도 속도 전망
무인기 투입·비화폰 삭제 등 정황 추가 확인
특검 “수사 비협조·도주 우려도 구속 이유”
입력 : 2025. 07. 10(목) 02:31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기 위해 호송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혐의와 관련해 10일 새벽 법원에 의해 재구속됐다. 지난 3월 첫 구속 이후 풀려난 지 약 4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증거인멸 우려를 근거로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내란 특검팀 수사에 힘이 실렸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 7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대통령기록물법·대통령경호법 위반, 범인도피 교사 등 7개 혐의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실질심사는 전날 오후 2시 22분부터 약 6시간 40분간 진행됐으며, 남 부장판사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구속에는 윤 전 대통령 측이 수사 핵심 인물인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과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의 진술에 개입해 회유를 시도한 정황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들은 초기 수사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으나, 이후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를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의 개입 결과로 보고 있다.

특검은 또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 북한과의 무력 충돌을 유도했다는 외환 혐의도 수사 중이다. 특히 평양 지역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북한의 군사 대응을 유도한 정황이 군 관계자 진술을 통해 일부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군사기밀이 포함돼 있어 수사 상황을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군 관련자에 대한 비공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윤 전 대통령이 수사 과정에서 수차례 출석을 거부하고, 내란 관련 재판에서도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주 우려 역시 구속 사유로 인정했다.

특검이 제시한 주요 혐의는 다음과 같다. △정상적인 국무회의를 가장해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해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조작한 점 △사후에 허위 계엄문서를 만들어 배포 후 폐기한 점 △비화폰 통신기록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점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체포영장을 방해한 점 △언론에 허위 정보(PG)를 배포한 점 등이다.

이 가운데 허위 계엄문서 작성과 비화폰 삭제는 ‘범행 그 자체가 증거인멸’이라는 특검의 주장이 법원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윤 전 대통령은 계엄 관련 공범인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과도 깊이 얽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에 대한 조사는 윤 전 대통령의 신병 확보 이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향후 20일간의 구속 수사 기간 동안 외환 혐의를 중심으로 수사를 집중할 계획이다. 내란 혐의와 관련한 기초적 수사는 이미 검찰·경찰 수사 과정에서 상당 부분 진척돼 있어, 무인기 투입 지시 및 북한 도발 유도 등 고의성을 밝히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윤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 첫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향후 특검의 추가 소환 조사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주목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외환 혐의는 북한과의 통모를 입증해야 하는 높은 벽이 있는 만큼 특검의 수사력과 증거 확보 능력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구속은 내란 특검이 수사 개시 3주 만에 ‘몸통’인 윤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본격적인 정점 수사 국면에 돌입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노병하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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