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문화 향유권 확대…예술 통한 '경계 넘기'
ACC 전시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시각 중심 탈피…장애인·참여 유도
공간·프로그램·인력 등 접근성 강화
"'무장애' 장르 선정, 창작활동 제고"
입력 : 2025. 04. 17(목) 18:08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 전시가 개막한 17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복합전시6관에서 엄정순 작가의 ‘들리지 않는 속삭임-33번의 흔들림’을 감상하고 있는 장애인 참여자. 박찬 기자
17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복합전시6관에서 접근성 매니저가 장애인 참여자에게 송예슬 작가의 인터랙티브 설치작품 ‘아슬아슬’을 설명하고 있다. 박찬 기자
17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복합전시6관에서 전시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를 체험하고 있는 참여자들. 박찬 기자
장애인들의 문화 향유권이 전시장 곳곳에서 펼쳐진다. 시각 중심의 전통적 예술에서 탈피해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모두가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접근성 강화 주제전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는 17일 개막해 오는 6월29일까지 복합전시6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열린 문화기관’을 지향하는 ACC가 개관 10주년을 맞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협력해 선보인다. ‘배리어 프리(무장애)’를 보조수단이나 장치로 보는 것이 아닌 하나의 장르로 구축해 완성한 회화, 사운드, 조각 융복합 작품 등이 빼곡히 자리한다.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우리의 몸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지고 변한다. 이를 예술로 풀어내 ‘경계 넘기’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전시에는 무장애, 장애, 참여, 상호작용 예술을 연구해 온 국내외 5인(팀)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또한 전시 관람객들을 참여자라고 부르는 것 또한 특징이다. 모든 작품은 참여자의 개입을 통해 완성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ACC 측의 설명이다.

실제 17일 찾은 전시 현장에는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고 체험하는 참여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장애인 참여자들은 현장에 상주하는 접근성 매니저의 설명을 듣고 송예슬 작가의 인터랙티브 설치작 ‘아슬아슬’을 체험했고 촉각·청각·움직임 등으로 예술을 향유했다.

이날 확인한 엄정순 작가의 ‘코 없는 코끼리 no.2’는 전시 주제를 관통하는 작품이었다. 마치 “코가 없으면 코끼리가 아닐까요?”라고 묻듯 신체적 차이를 결함으로 받아들여 혐오와 차별로 이어지는 우리 사회를 직관적으로 꼬집는다.

야야 모모세 작가는 ‘소셜 댄스’를 통해 수어로 이야기하는 여성의 손을 언어이자 감정의 도구로 표현했으며 ‘녹는점’에서는 커피바와 유사한 공간에서 퍼포머가 참여자에게 직접 작가의 온도와 동일한 물을 제공해 타인의 신체를 느껴보는 이질적인 감정을 쳄험케 한다.

김원영·손나예·여혜진·이지양·하은빈 작가의 작품 ‘안녕히 엉키기’는 장애·비장애인 참여자가 함께하는 움직임, 글쓰기, 대화의 시간을 보여준다.

해미 클레멘세비츠 작가는 눈과 귀의 근본적인 관계와 언어에 관심을 두고 신작 ‘궤도’를 구현했다. 시각적 요소와 청각적 요소의 대응, 지각적 다양성을 부각한 작품이다.

엄정순 작 ‘코 없는 코끼리 no.2’. ACC 제공
야야 모모세 작 ‘녹는점’. ACC 제공
해미 클레멘세비츠 작 ‘궤도’. 박찬 기자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작품 외에도 모든 참여자를 포용한 접근성 강화다. 공간, 프로그램, 인력의 배치를 장애인 친화적으로 구축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어린이 및 시각장애인 참여자를 위한 촉감바를 벽면에 설치해 전시의 동선을 안내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신체기관을 촉감타일로 제작했다. 전시 공간을 사전에 탐색할 수 있는 촉지도, 동화 형식으로 주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홍보물과 점자책, 게임 방식의 오디오 가이드, 어린이 참여자를 위한 상설 교구재, 음성 해설 등이 전시장에 비치됐고 접근성 매니저가 상시 근무해 전시에 관한 이해를 돕는다.

한편 ACC는 이날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6월29일까지 ACC에서 전시를 진행한 뒤 오는 7월23일부터 8월22일까지 서울 중구에 위치한 모두미술공간에서 순회 될 예정이다.

아울러 이번 전시와 연계해 다음달 13일 광주시각장애인연합회와 협력한 터치 투어 프로그램이 시각 장애인 관람객을 초청해 운영된다.

김상욱 ACC 전당장 직무대리는 “융복합 창·제작 기관인 ACC가 ‘배리어 프리’를 전시의 장르로 선보인다. 장애 유형별 향유 접근성 외에도 장애 예술인의 창작활동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비장애인의 인식 개선은 물론 모든 관람객이 자연스레 방문할 수 있는 기관이 되도록 문화 접근성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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