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마시러 가다가 갑자기 땅이 푹하고 꺼져!”
‘구사일생’ 굴착기 기사 생존담
“기계 수리하러 나왔다 사고”
몸 짓눌린 상태서 13시간 버텨
구조대 일상 대화로 안심시켜
입력 : 2025. 04. 14(월) 14:45
광명 신안산선 공사장 붕괴로 고립된 근로자 1명 구조.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연합뉴스
“물을 마시러 가는 도중 갑자기 사고가 났습니다.”

지난 11일 발생한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붕괴 사고 현장에서 극적으로 생환한 20대 굴착기 기사가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14일 구조당국에 따르면 해당 사고로 지하 30여m 지점에 고립돼 있다가 구조대원들에 의해 13시간여 만에 가까스로 구조된 A씨는 붕괴 당시 굴착기에서 내려 컨테이너 쪽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그는 구조된 직후 “기계에 문제가 있어서 수리하려고 나왔다가 사고를 당했다”며 “수리하기 전 (휴게시설 등이 있는) 컨테이너로 가서 물을 마시려고 했는데, 이동 중 갑자기 붕괴가 일어났다”고 한다.

A씨의 굴착기는 붕괴 현장의 끝자락에 걸쳐 지하터널 하부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반면 A씨는 아래로 떨어져 30여m 지점에 고립돼 온몸이 압박된 상태로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한참을 있어야 했다.

다행히 A씨는 사고 초기부터 구조당국과 전화 통화가 돼 자신이 생존해 있음을 알릴 수 있었다.

구조대원들은 크레인으로 200㎏가 넘는 상판을 하나씩 들어 올린 뒤 아래로 들어가 삽과 호미를 들고 조금씩 땅을 파내면서 A씨를 찾아 나섰다.

구조물 틈새로 A씨가 착용한 하얀 헬멧을 발견한 대원들은 A씨 주변에 있는 철근을 10㎝씩 자르고 잔해물을 헤치며 땅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당시 구조대원들은 A씨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면서 그의 의식이 명료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상부에 보고했다.

구조대원들은 6시간에 걸친 작업 끝에 쪼그린 자세로 하체가 흙에 파묻힌 A씨를 발견하고, 초코우유를 빨대에 꽂아 마시도록 했다.

이어 “몇살이냐. 어디 사느냐, 여자친구가 있느냐” 등의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가며 A씨를 안심시키고, 지상으로 안전하게 구출했다.

12일 오전 4시 27분, 사고 발생 13시간여 만이었다. 구사일생으로 구조된 A씨는 연신 감사 인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쇄골 골절의 부상을 입은 A씨는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구조당국의 관계자는 “A씨는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어서 정식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11일 오후 3시 13분께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에서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고립됐던 A씨는 무사히 구조됐고, 아직까지 연락두절 상태인 포스코이앤씨 소속의 50대 근로자 B씨는 지하 35~40m 지점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구조당국은 나흘째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정유철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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