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기분상해죄
한규빈 디지털콘텐츠본부 기자
입력 : 2025. 03. 31(월) 18:04
한규빈 기자
기분상해죄. ‘기분이 상하다’와 ‘상해죄’를 결합한 말로 ‘기분을 상하게 한 죄’라는 뜻이다. 온라인상에서는 누군가의 행동이 단순히 기분이 상해 이뤄진 것 같아 보이면 비꼴 때 사용하는 말이기도 하다.

최근 K리그 팬들 사이에서는 이 기분상해죄가 널리 쓰이고 있다. 광주FC의 사령탑인 이정효 감독이 지난 29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 하나은행 K리그1 2025 6라운드 맞대결에서 퇴장을 당하면서인데 심판들의 심기를 거슬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식 기록에는 이 감독의 퇴장 사유가 항의로 명시됐다. 다만 중계에는 이 감독의 항의가 노출되지 않았고, 강성주 해설위원의 멘트를 통해 물병을 바닥에 던졌다는 것이 알려졌다. 경기 후 김성기 경기감독관의 설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병을 바닥에 던진 것이 아닌 발로 찬 것으로 정정됐을 뿐이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의 경기 규칙에 따르면 음료수 병 또는 다른 물체를 던지거나 발로 차는 행위는 경고 조치해야 한다. 고의적으로 물체를 경기장으로 던지거나 발로 찼을 때만 퇴장이 가능하다.

송민석 주심이 규칙을 잘못 적용한 것인데 공교롭게도 이 감독은 직전 경기에서 심판진과 정면으로 대치한 바 있다. 이 감독은 지난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스틸러스와 하나은행 K리그1 2025 4라운드 순연 경기에서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당시 박병진 주심은 과열되는 경기 흐름을 조절하지 못했다. 결국 조성권은 어정원과 공중 경합 과정에서 그라운드에 머리부터 떨어지면서 의식을 잃고 이송됐다. 이 감독은 이 장면을 두고 최승환 대기심에게 선수 보호를 요구했고, 중계를 통해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다.

하필 이 직후 열린 경기에서 이 감독이 석연찮게 퇴장을 당하면서 지도자 길들이기라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불손한 지도자인 이 감독이 심판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했다는 것.

이 감독에게 규칙이 잘못 적용됐지만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사후 징계 및 감면 제도 적용 대상을 선수로 한정하고 있어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것도 기분상해죄라는 비판을 더한다.

윤정환 인천유나이티드 감독도 지난해 강원FC 지휘봉을 잡고 있던 당시 같은 장면으로 경고가 아닌 퇴장 조치를 받았으나 억울함을 홀로 떠안았다. 결국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규정을 개정하고, 심판진은 판정에 신중을 더하는 등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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