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전세사기 피해액 900억… 행정 비효율 ‘도마 위’
관할 변경 서류 재신청 요구 등
행정 혼선 속 피해자 불편 가중
동부권 실질적 컨트롤타워 전무
비대위 “실효성 있는 대책 시급”
입력 : 2025. 03. 27(목) 08:34
광양시청 앞에 모인 전남 동부권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전남 동부청사에 피해지원센터 설립 필요성을 제기하며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남 동부권 전세사기 비상대책위 제공
전국적으로 전세사기가 극성을 부리는 가운데 전남도내 전세사기 피해자 수는 979명으로 관련 피해금액도 9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전세사기 관련 피해 및 지원금 신청이 각 시군에서 올해부터 전남도 산하 전남주거복지센터 관할로 지정, 신청과 관련된 서류 양식도 변경됐으나 이를 안내받지 못한 일부 피해자들이 다시 서류를 재신청해야하는 등 불편을 겪으면서 관할 변경에 따른 시군과 전남도 간 비효율적인 행정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상담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전남주거복지센터 전세사기 피해 상담창구 상담원도 2명에 불과해 도내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 및 대책 마련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전남도에 따르면 2023년 6월부터 올해 2월25일까지 전남도내 전세사기 피해접수건은 총 979건이다. 이 중 인정건수는 687건, 불인정 217건, 심의 및 조사 중은 77건으로, 피해액은 900억 원에 달한다.

이중 가장 피해가 극심한 지역은 광양과 순천을 포함한 동부권으로, 도내 피해자 중 46.7%에 달하는 457명이 광양에 거주하고 있다. 이어 순천 217명(22.1%), 나주 114명(11.6%), 목포 67명(6.8%), 무안 40명 (4.1%), 여수 28명(2.9%), 해남 21명(2.2%), 곡성 10명(1%), 장성 8명 (0.8%), 완도 6명(0.6%), 영광 3명(0.3%), 장흥 2명(0.2%), 화순 2명(0.2%), 담양 1명(0.1%), 고흥 1명(0.1%), 강진 1명(0.1%), 영암 1명(0.1%) 등이다. 구례, 보성, 함평, 진도, 신안은 아직까지 접수된 피해자는 없다.

이처럼 도내 전세사기 피해자가 지속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부터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등을 관할하는 곳이 각 시군서 전남도 산하 전남주거복지센터로 변경됨에 따라 관련 신청 절차와 관련해서도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 일부 피해자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 각 시군에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 지원금을 신청했으나, 이달 초에야 전남주거복지센터 등으로부터 관련 예산 집행 완료 및 관할 변동에 따라 변경된 신규 서류를 통해 재지원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피해자 서보라 씨(33)는 “올해 1월 중순 경 광양시에 생활안정자금 관련 서류를 접수하자 올해부터 관련 신청은 전남도에서 담당받는다고 안내받았으며, 가능하다면 해당 서류를 이관해줄테니 우선 접수하라고 안내받아 개인정보 등이 적힌 서류를 모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계속된 기다림 끝에 서 씨는 이달 초 전남주거복지센터로부터 전세사기피해자로 선정됐으나 전세사기피해자 생활안정자금 미접수가 확인돼 안내드린다는 문자를 받았다. 이미 해당 시군에 관련 신청서를 냈다는 A씨의 말에 전남주거복지센터에서는 신청서 양식이 변경돼 재신청이 필요하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결국 서 씨는 지난 12일 전남주거복지센터에 지원금을 위한 서류를 다시 제출해야만 했다.

서 씨는 “신청서 양식 등 변경으로 인한 재신청이 필요하다면 이미 서류를 제출한 피해자들에게 미리 안내해주는 것이 맞지 않느냐. 개인정보가 모두 담긴 서류는 어떻게 보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에 사실 확인을 위한 취재가 시작되자 광양시는 해당 피해자에게 먼저 직접 연락해 두달만에 개인정보가 담긴 서류를 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광양시 건축과 관계자는 “해당 서류를 받은 후 피해자에게 이관이 가능한 지 전남도에 물어본 후 가능하다면 이관해주겠다고 안내했으나 그 이후로 연락이 오지 않아 서류를 보관하고 있었다”며 “관련해 의사소통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를 전해들은 서 씨는 “의사소통에 오해가 있었다 하더라도 해당 사안에 대해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할 지자체에서 피해자에게 직접 전남도에 문의한 후 답변을 달라고 안내한 것이 말이 되냐”며 “관련 신청 절차 및 변경 사항을 먼저 파악해 양식 변경에 따라 신청이 불가하니 전남주거복지센터로 신청해야 한다고 안내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나. 하루하루가 애가 타는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비효율적인 행정절차로 인해 시간을 허비한 것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동부권에 피해자 대부분이 몰려있는 데 반해, 전남도 내 전세사기 관련 사안을 총괄하는 곳은 무안에 위치한 전남주거복지센터 한 곳에 국한되는 등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동부권 컨트롤타워가 전무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관련 절차를 담당하고 있는 전남주거복지센터 전세사기 피해 상담창구를 담당하는 상담원 또한 2명에 불과한데다, 이들이 만원주택 등 다른 상담 또한 함께 진행하며 정작 전화 연결을 필요로 하는 피해자들은 적절한 상담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전남주거복지센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피해자들은 원활한 상담 진행과 관련해서는 해당 관련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황순원 전남도 동부권 전세사기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남주거복지센터가 전남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등을 총괄해 관리하고 있는데, 사실상 관련 피해 상담원은 2명에 불과해 신청이 몰리거나 하면 통화도 어렵다”며 “지원금 등 각종 피해 신청을 위해서는 직접 방문 또는 등기 접수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동부권에 거주하고 있는 피해자들이 무안에 위치한 전남주거복지센터까지 방문해야 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피해자들의 계속된 문의에도 불구하고 전남도와 각 시군 담당 부서의 잦은 인사이동으로 인해 관련 부서의 전문성도 결여됨에 따라 피해자들이 해당 부서에 관련 상황에 대해 역으로 설명해주고 있는 지경”이라며 “관련 문제에 대해 거듭해서 문제를 제기했으나 3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을 위한다면 전남 동부청사에 ‘전세사기피해 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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