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집회 주도 2030·여성 “존중받기 위해 나섰다”
양성평등 교육 받고 자란 세대
‘공정’ 등 민주적 가치 큰 관심
응원봉·K-POP 새 집회문화 창출
농민·장애인 사회적 약자 연대
입력 : 2025. 01. 05(일) 18:02
지난 4일 오후 ‘윤석열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의 9차 광주시민총궐기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응원봉과 피켓을 든 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거리행진을 하며 ‘윤석열 대통령 체포·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정상아 기자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여전히 전국 각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과 민주주의를 외치는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집회에서는 2030세대와 여성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두드러졌다. 이들이 일찍부터 양성평등 교육을 통해 ‘평등’·‘공정’ 등 민주적 가치에 관심을 갖고 자란 세대로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 정책 등에 반감을 가져오다 이번 집회를 통해 이를 분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들은 응원봉과 K-POP을 활용한 새로운 집회 문화도 주도하고 있다.

최근 탄핵 집회에서는 2030세대의 창의적인 시도가 돋보이고 있다. K-POP 응원봉과 노래, 자발적으로 제작한 피켓과 깃발을 활용한 이들의 참여는 기존의 집회 문화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지난 4일 직접 제작한 깃발을 들고 5·18민주광장을 찾은 정은솔(18)양은 “기말고사 직전에 비상계엄이 선포됐는데,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광주에서 살아온 사람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집회 참여 이유를 밝혔다. 정양은 아버지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으로서 나섰던 이야기에 감명받아 이번 집회에서도 같은 의지를 이어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양이 들었던 깃발에는 “인생을 최저가로 사는 사람들”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녀는 “단체가 아닌 개인으로서 집회에 동참한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 깃발을 직접 만들었다”며 깃발의 의미를 설명했다.

정양과 함께 나온 유모(18)양은 “청소년이고 광주에서 살다 보니까 온라인상에서 우리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시작된 저항의 불씨는 농민, 성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 각계의 소외된 이들에 대한 연대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남태령 대첩’ 이후 집회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연결하는 장으로 확장됐다.

지난해 12월21일 서울 남태령 고개에서 경찰이 농민들의 트랙터를 막아선 이른바 ‘남태령 대첩’ 당시, 응원봉을 든 젊은 여성들이 현장으로 모여 다 함께 ‘차 빼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농민들이 서울 도심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

당시 현장에 있던 대학생 김미정(21)씨는 “현장에서 핫팩과 음식을 나누고, 배달 오토바이가 거리를 오가며 지원 물품을 전달했다”며 “현장에 직접 오지 못한 시민들의 연대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딥페이크 범죄 등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늘어나면서 사회적인 불안이 높아졌다. 윤 대통령의 여성가족부 폐지 등 성차별적 정책을 비판하고 여성의 권리를 지키고자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며 “남태령 대첩 이후에는 장애인, 노동자, 성소수자 등 소외된 이들에 대한 연대의 마음도 생겨났다”고 덧붙였다.

2030세대는 기존의 집회 문화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김씨는 “과거에는 집회가 어렵고 무겁게 느껴졌지만, 젊은 세대들이 응원봉과 K-POP을 활용해 자유롭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며 “연대 의식이 자리 잡으며 더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특히 “이번 집회는 박근혜 정권 탄핵 당시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집회 참여 유도 및 집회 참가자를 위해 나눔 부스를 운영하는 박미자 광주마을공동체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5·18민주화운동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이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통해 정치적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군인이 국회에서 국민을 위협하는 모습 등을 직접 목격하면서 분노와 불안을 겪으면서 연대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돌 팬덤 문화에 익숙한 10대, 20대가 집회 현장에 응원봉을 들고나오면서 조금 더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이전부터 집회에 참여했던 기성세대부터 새롭게 유입된 젊은 세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모여 국민으로서 권리를 지키기 위해 나서고 있다. 광주마을공동체네트워크 역시 연대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나눔 부스 운영 등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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