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여는 CEO·윤향란>“‘신뢰 경영’으로 지역산단 활성화·일자리 창출”
●영광대마산단 ㈜영지포장 윤향란 대표
광주서 100평 임대, 박스제조업 시작
창업 10년만 영광에 1천평 공장 마련
포장 박스 전문 생산…거래처 130곳
새해 제품군 확대…장애인 고용 증대
광주서 100평 임대, 박스제조업 시작
창업 10년만 영광에 1천평 공장 마련
포장 박스 전문 생산…거래처 130곳
새해 제품군 확대…장애인 고용 증대
입력 : 2025. 01. 05(일) 17:38
㈜영지포장이 지난해 8월 대마자동차산단으로 이전하며 새로 들인 컬러합지 기계를 통해 처음 제작한 컬러 박스의 모습.
윤향란 ㈜영지포장 대표가 새해에는 일감을 더 늘려 산단 활성화, 지역 일자리 창출 등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
지난 2014년 광주 광산구 하남산단에서 100평 남짓한 작은 공장을 임대해 설립한 박스 제조업체 ㈜영지포장은 지난 10여년 동안 고품질 제품으로 거래처와 돈독한 신뢰를 쌓아 지난해 8월 영광 대마산단 내 1000평 부지 공장을 매입해 이전했다.
여성기업인인 윤향란 ㈜영지포장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내 공장 하나 갖는 게 소원이었다. 이날까지 저와 거래를 해온 대표들과 신뢰를 지키고자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다 보니 10년 만에 소원을 이루게 됐다”며 “이번 이전 때도 최대한 거래처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이사 직전까지 기존 공장에서 물량 마감을 했다. 퇴근 시간 이후에는 영광으로 넘어와 이사 준비를 했다. 잠도 영광공장 숙소에서 자고 다시 광주공장으로 넘어가는 생활을 3개월 동안 계속했다”고 회상했다.
㈜영지포장은 농산물, 떡, 차, 굴비 등 공산품·산업용 제품의 포장 박스를 생산하고 있다. 약 130곳의 업체와 거래를 맺고 있으며 맞춤 박스를 주로 제작하고 택배용 박스 판매를 주력으로 삼고 있다. 또 여성 기업 확인서, 중소기업확인서, 직접 생산 확인 증명서, ISO 9100 인증 표준(국문·영문)을 획득하며 자사 제품의 생산 과정 및 품질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윤 대표는 ‘사람 간 신뢰’라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10년간 꾸준히 거래처 관리와 직원 복지에 힘쓰고 있다.
박스 업계는 공장에서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업체도 있지만 공장 없이 박스만 다른 업체에서 떼다 판매해 중간 이윤을 챙기는 업자들이 많아 경쟁이 심한 편이다. 또 해마다 원지·물류비 등 원자재와 제반비용이 상승해 ㈜영지포장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크게 줄어들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윤 대표는 매년 어려운 상황이 찾아 올 때마다 거래처와의 ‘신의’를 우선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농가들은 폭우, 폭염 등 이상기후로 한 해 농사를 망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싹이 트거나 열매가 맺기 시작할 때 1만 박스를 주문했어도, 수확철 주문한 박스 개수보다 적은 양을 거둬들이게 되면 대금을 주지 못하시는 분들도 계신다”며 “미안하다고 전화를 주시기도 하고 아예 전화를 받지 않으시기도 한다. 그럴 때는 그냥 기다린다. 기다리면 이듬해에 다시 찾아와 주신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손해를 보지만,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사업을 하면서 거래처 분들을 대할 때 한 식구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을 깨달았다. 사업에서 인연과 신뢰는 돈보다 가치 있는 자산이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사업을 키우며 겪었던 고충에 직원들을 위한 복지에도 열성적이다.
그는 회사를 광주에서 영광으로 옮기면서 출·퇴근 거리가 늘어난 직원들을 위해 출근 시간을 30분 정도 늘렸다. 또 여성 직원들 대부분 어린 자녀가 있어 위험한 작업이 아니면 공장 내부에서 휴대전화를 지참할 수 있도록 배려했으며, 직원이 급한 사정으로 자리를 비우는 경우를 대비해 사무실보다는 공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윤 대표는 “과거 사업 초창기 막내가 유치원생이었다. 맡길 곳이 없어 공장 바닥에 박스를 깔아놓고 아이를 그곳에 두고 작업을 했다. 여성 직원들은 아이가 어릴수록 아프다거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생겼다거나 하는 등 급박한 상황이 많이 생긴다”며 “내 자신도 과거에 똑같은 상황에 처해봤기에 최대한 그런 부분을 배려해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창업한 ㈜영지포장은 공산품·산업용 제품의 포장 박스를 생산하는 제조업체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최근 영광 대마자동차산단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영광 대마산단에 새로 입주한 ㈜영지포장 공장 전경. ㈜영지포장 제공 |
윤 대표는 “산단을 활성화해야 이곳에 인접한 마을이나 농가들도 힘이 실려 나아가 지역 경제도 살아난다. 지난 4개월 동안 산단은 물론 인근 마을 골목 곳곳을 시간 날 때마다 조사차 돌아다녀 봤다”며 “버려진 박스들도 들춰보면서 의외로 대마면이 딸기 농사를 많이 짓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딸기 농가들과 연계해 영광 딸기, 대마 딸기가 맛있고 특출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단 내에 많은 사업체가 있는데 대부분 저 같은 중소기업들이다. 직원 안전 교육 등 대표자가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를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다. 대마산단 내 기업 대표님을 모아서 관련 교육을 듣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또 윤 대표는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힘을 보태고자 하는데 특히 장애인 일자리 고용에 관심이 높다. 윤 대표의 자녀 중 한 명이 뇌전증을 앓고 있어 발달장애인들의 고용불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아들이 발작이 없어서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지만, 언제고 발작이 있을지 모른다는 걱정을 해왔다. 우리 아이가 사회적으로 무시당하며 직장을 갖기도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장애인 고용을 목표로 잡았다”며 “기부를 하는 등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그건 단기적일 뿐이라고 생각해 일자리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사회적 효용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산단 활성화, 지역 일자리 창출 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감을 더 늘려야 한다. 새로운 공간에서 시작하는 만큼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 낼 수 있는 기계를 점차 늘려갈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새 공장에는 컬러합지를 만들 수 있는 기계가 있어 새해에는 컬러합지 제품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영지포장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박스는 골판지 원지를 사용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택배 박스다. 합지는 골판지 등 원지에 컬러지를 붙여 가공하는 제품으로 거래처에 기업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색, 로고, 디자인 등 다양한 박스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영지포장은 지난 2014년 창업해 2016년 법인 전환했다. 광주 광산구 하남산단 4번로 100평 부지에서 시작해 하남산단9번로 700평 부지 공장으로 옮겨 지난해 8월 1000평 규모 영광 대마산단 부지로 이전했다.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