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엉터리 샤머니즘
이용환 논설실장
입력 : 2024. 12. 26(목) 17:46
이용환 논설실장
“사주팔자에 정말 운은 있는가. 점은 정말 내 운을 알려줄 수 있나?.” 지난 2023년 명리학자 김성태가 펴낸 ‘점쟁이’는 35년간 명리학의 길을 걸었던 그의 여정을 담아낸 책이다. ‘점쟁이가 되고 싶었던 점쟁이’ 김성태. 점을 치고 굿판의 법사가 돼 경을 읊으며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가 걸었던 길은 ‘벼랑 끝에 선 그들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고 위로하며 함께 길을 찾는 여정’이었다. 봄이 와도 따뜻함을 느끼지 않고 겨울이 와도 추위를 느낄 수 없었던 고된 길이기도 했다.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에 치우쳐서 객관성을 잃어선 안된다는 그의 신념 때문이었다.

김성태에게 명리와 사주가 거스를 수 없는 인생이었듯 한국인들의 점(占)에 대한 신뢰는 유별나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결혼 전 사주단자를 보내 궁합을 보고, 신년이면 생년과 생월, 생일, 생시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사주팔자’를 통해 운명을 예측했다. 옛 선비들도 자신이 사주풀이를 하고 점을 치면서 스스로의 운명을 들여다 보고 치우침 없는 마음으로 수양을 쌓았다. 퇴계 이황 선생은 자신의 죽는 날까지 점괘로 알아차리고 죽음을 준비했다고 한다. 땅속의 지기(地氣)가 인간의 길흉화복에 영향을 끼친다는 풍수지리설도 낯설지 않다.

800만 신이 존재한다는 일본도 신과 점의 나라다. 일본 땅 어디나 신을 모시는 신사가 있고, 거리 곳곳에서는 점술가인 ‘가이센(街占)’을 만날 수 있다. 일본인의 점에 대한 집착도 상상 이상이다. 신문이나 잡지에는 으례 그날의 ‘운세’가 실리고 지금도 신년이면 한 해의 길흉화복을 미리 보려는 사람들로 점 집이 장사진을 이룬다. 그렇다고 이들이 점을 맹신하는 것은 아니다. 한때 일본 최고로 유명세를 탔다는 점술가 호소키 가즈코가 고객에게 자주 하는 충고도 “열심히 살면서, 해결책을 찾고, 이젠 정신을 차려라.”는 게 전부다.

2024년을 마무리하는 대한민국이 느닷없는 ‘점’ 때문에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손바닥 王’자부터 계엄과 탄핵까지 무속인이 관여됐다는 증거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내란 모의 혐의를 받는 전 정보사령관은 역술인으로 직접 점 집을 운영해온 것이 밝혀졌다. 초자연적 존재에 의지하는 샤머니즘의 역사는 깊다. 샤머니즘의 가치도 ‘우주만물이 하나라는 공동체 정신과, 모든 것이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이타주의에서 나온다. 윤 대통령과 천공, 건진, 무정, 그리고 명태균씨와 김건희 여사까지…. 이타성은커녕 사리사욕에 눈이 먼 엉터리 샤머니즘이 대한민국을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나라마저 뒤흔들고 있다. 이용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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