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세대 평화적 분노 표출…‘K-시위’ 혁신 이끌어
●‘1030세대’가 주도하는 탄핵집회
주제 무겁지만 활기찬 시위 주도
응원봉·대중가요, 참여 문턱 낮춰
SNS 등 ‘직접 민주주의’ 수단 활용
“나눔·돌봄의 오월정신 계승 기회”
주제 무겁지만 활기찬 시위 주도
응원봉·대중가요, 참여 문턱 낮춰
SNS 등 ‘직접 민주주의’ 수단 활용
“나눔·돌봄의 오월정신 계승 기회”
입력 : 2024. 12. 22(일) 18:37
광주 시민들이 지난 21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과 사회대개혁 쟁취를 위한 7차 광주시민총궐기대회’에서 ‘내란범죄자 윤석열, 내란세력 국민의힘’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찢으며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12·3 비상계엄 이후 ‘대통령 퇴진’이라는 하나의 뜻으로 모인 다양한 세대의 시민 가운데, 학생과 청년 등 1030세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위 문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민중가요·촛불·태극기 등 비장함으로 가득했던 과거와 달리 알록달록한 응원봉이나 최신 대중가요로 집회 현장의 문턱을 낮췄다. 자신의 주장이 강하고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층이 주제는 무겁지만 분위기는 활기찬 시위를 주도하면서 ‘K-시위’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지난 4일부터 매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광주시민총궐기대회’에 참석 중인 김세원(24)씨는 계엄 당시를 떠올리며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적 부모님이 전해준 광주항쟁 이야기를 다시 경험하리라고는 추호도 생각지 못했다. 특히 포고령 속 ‘처단’이라는 단어는 그를 더욱 공포스럽게 만들었다.
김씨는 “난생 처음 보는 단어에 ‘처단’이란 말을 직접 찾아보기까지 했다. 대체적으로 독재·공산국가에서 사용하는 말이더라. 부모세대의 공포·엄혹함을 여실히 체감했다”며 “5·18 당시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다치고 죽게 된 명분도 이 단어에 근거하지 않았을까 싶다. 과거를 사진과 영상으로 미리 배운 젊은이들에게 이번 포고령은 더욱 큰 분노를 일으키게 했다”고 말했다.
세계적 화제를 이끈 1030세대의 ‘탄핵응원봉’과 소녀시대의 노래 ‘다시 만난 세계’ 등에 대해선 변화를 바라는 젊은 층들의 바람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이번 집회를 통해 ‘K-민주주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고 평했다.
김씨는 “응원봉은 아이돌 팬들에게 정말 소중한 물건이다. 여기에 ‘탄핵’ 스티커를 붙였다는 건 그만큼 윤석열에 대한 분노, 새 시대에 대한 열망이 컸다는 뜻”이라며 “대중가요 또한 민중가요로 정형화됐던 과거 시위문화가 자연스레 변화된 것이라고 본다. 여기에 ‘임을 위한 행진곡’처럼 새로운 꿈·희망 등의 의미가 부여되니 세대를 아울러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 절차인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이 꼭 인용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촛불을 넘어 신나는 K-팝과 응원봉 등 새로운 상징을 만든 이른바 ‘K-시위’에 오월단체와 정치권 등 각계각층도 놀라는 분위기다.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1980년 시위부터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까지 시위는 ‘투쟁의 장’으로서 엄숙한 상황이 많았다”며 “이번 광주 ‘MZ 독립운동가’들의 집회 모습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콘서트처럼 웃고 즐기는 신명난 시위지만 결국 ‘목적성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K-시위가 빠르게 전국화에 성공한 것은 ‘SNS 활성화’가 주효했다고 봤다. SNS가 실시간 공유의 기능을 넘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고 이를 실질적으로 관철하는 ‘직접 민주주의’ 수단으로 작동했다는 것이다.
그는 “5·18 당시 광주는 외부와 단절된 채 ‘폭동’으로 조작되고 억압당했다. 많은 이들이 억울한 누명을 쓰기도 했다”며 “이번 계엄 때는 온라인에서 만들어진 비판 여론의 뜨거움이 오프라인까지 이어졌다. 여기에는 플랫폼에 익숙한 젊은 층의 역할이 컸다 ‘선결제 문화’를 비롯해 국회에서 탄핵안 표결에 불참했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길을 돌린 것도 다 이들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5·18 당시 항쟁에 참여했던 홍기월 광주시의원은 “오월을 겪지 않은 이들이 응원봉·재치있는 깃발 등으로 이 정국을 헤쳐나가는 모습에 충격받았다. 기성세대로서 많은 경종이 됐다”며 “이번 사태로 인해 나눔·돌봄의 오월정신이 신세대로 전해진 것 같다. 자기 권리가 침탈되는 것에 대한 분노를 굉장히 평화적으로, 서로 도우며 표출했다. 미래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감이 드는 집회였다”고 말했다.
모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탄핵 집회의 주역인 1030세대는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했던 세월호·이태원 참사를 겪었던 세대”라며 “묵혀뒀던 절망·불안감이 이번 내란사태로 분출됐다. 과거 4·19혁명이 학생들을 중심으로 확산했듯이 이번 정국도 젊은이들의 움직임에서 정치·사회 지형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배종호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모인 시민들 중 1030세대, 특히 여성들이 많았다”며 “이들은 차별·억압 등 속칭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불평등 사회에 대한 불만이 높다. 어쩌면 새로운 정치·정권의 등장을 가장 바라는 세대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수사에 불응하는 등 탄핵심판 지연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는 젊은 층의 분노를 확산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국민의힘·태극기부대 등은 내란 주동자를 옹호하기 보다 ‘내란 수괴 배출 세력’으로서 진정한 보수의 가치와 미래를 위해 잘못을 인정하고 민의에 따른 혁신·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부터 매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광주시민총궐기대회’에 참석 중인 김세원(24)씨는 계엄 당시를 떠올리며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적 부모님이 전해준 광주항쟁 이야기를 다시 경험하리라고는 추호도 생각지 못했다. 특히 포고령 속 ‘처단’이라는 단어는 그를 더욱 공포스럽게 만들었다.
김씨는 “난생 처음 보는 단어에 ‘처단’이란 말을 직접 찾아보기까지 했다. 대체적으로 독재·공산국가에서 사용하는 말이더라. 부모세대의 공포·엄혹함을 여실히 체감했다”며 “5·18 당시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다치고 죽게 된 명분도 이 단어에 근거하지 않았을까 싶다. 과거를 사진과 영상으로 미리 배운 젊은이들에게 이번 포고령은 더욱 큰 분노를 일으키게 했다”고 말했다.
세계적 화제를 이끈 1030세대의 ‘탄핵응원봉’과 소녀시대의 노래 ‘다시 만난 세계’ 등에 대해선 변화를 바라는 젊은 층들의 바람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이번 집회를 통해 ‘K-민주주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고 평했다.
김씨는 “응원봉은 아이돌 팬들에게 정말 소중한 물건이다. 여기에 ‘탄핵’ 스티커를 붙였다는 건 그만큼 윤석열에 대한 분노, 새 시대에 대한 열망이 컸다는 뜻”이라며 “대중가요 또한 민중가요로 정형화됐던 과거 시위문화가 자연스레 변화된 것이라고 본다. 여기에 ‘임을 위한 행진곡’처럼 새로운 꿈·희망 등의 의미가 부여되니 세대를 아울러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 절차인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이 꼭 인용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광주 시민들이 지난 21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과 사회대개혁 쟁취를 위한 7차 광주시민총궐기대회’에서 K팝 아이돌 등의 응원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나건호 기자 |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1980년 시위부터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까지 시위는 ‘투쟁의 장’으로서 엄숙한 상황이 많았다”며 “이번 광주 ‘MZ 독립운동가’들의 집회 모습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콘서트처럼 웃고 즐기는 신명난 시위지만 결국 ‘목적성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K-시위가 빠르게 전국화에 성공한 것은 ‘SNS 활성화’가 주효했다고 봤다. SNS가 실시간 공유의 기능을 넘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고 이를 실질적으로 관철하는 ‘직접 민주주의’ 수단으로 작동했다는 것이다.
그는 “5·18 당시 광주는 외부와 단절된 채 ‘폭동’으로 조작되고 억압당했다. 많은 이들이 억울한 누명을 쓰기도 했다”며 “이번 계엄 때는 온라인에서 만들어진 비판 여론의 뜨거움이 오프라인까지 이어졌다. 여기에는 플랫폼에 익숙한 젊은 층의 역할이 컸다 ‘선결제 문화’를 비롯해 국회에서 탄핵안 표결에 불참했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길을 돌린 것도 다 이들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5·18 당시 항쟁에 참여했던 홍기월 광주시의원은 “오월을 겪지 않은 이들이 응원봉·재치있는 깃발 등으로 이 정국을 헤쳐나가는 모습에 충격받았다. 기성세대로서 많은 경종이 됐다”며 “이번 사태로 인해 나눔·돌봄의 오월정신이 신세대로 전해진 것 같다. 자기 권리가 침탈되는 것에 대한 분노를 굉장히 평화적으로, 서로 도우며 표출했다. 미래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감이 드는 집회였다”고 말했다.
모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탄핵 집회의 주역인 1030세대는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했던 세월호·이태원 참사를 겪었던 세대”라며 “묵혀뒀던 절망·불안감이 이번 내란사태로 분출됐다. 과거 4·19혁명이 학생들을 중심으로 확산했듯이 이번 정국도 젊은이들의 움직임에서 정치·사회 지형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배종호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모인 시민들 중 1030세대, 특히 여성들이 많았다”며 “이들은 차별·억압 등 속칭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불평등 사회에 대한 불만이 높다. 어쩌면 새로운 정치·정권의 등장을 가장 바라는 세대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수사에 불응하는 등 탄핵심판 지연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는 젊은 층의 분노를 확산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국민의힘·태극기부대 등은 내란 주동자를 옹호하기 보다 ‘내란 수괴 배출 세력’으로서 진정한 보수의 가치와 미래를 위해 잘못을 인정하고 민의에 따른 혁신·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