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장애인 도전기' 광주서 장애인식 개선 토크쇼
자립장애인·활동지원가 패널참여
활동지원서비스·이동권 등 논의
"장애인 현실 대한 편견 깨고자"
입력 : 2024. 11. 12(화) 18:55
12일 오후 광주 남구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자립장애인 토크콘서트 ‘난장 TALK(톡) 까놓고 말해서’가 진행됐다. 윤준명 기자
광주지역에서 자립생활을 하는 장애인들이 직접 겪은 다양한 도전기를 진솔하게 공유하며 장애인 인식 개선을 이야기하는 특별한 토크쇼가 펼쳐졌다.

12일 오후 광주 남구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는 자립장애인 토크콘서트 ‘난장 TALK(톡) 까놓고 말해서’가 진행됐다. 광주지역 장애인 복지시설인 비젼장애인자립생활센터(센터) 주관으로 열린 이날 토크콘서트는 자립장애인이 생활에서 겪은 어려움을 유쾌하게 풀어내 장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장애인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가고자 마련됐다.

콘서트에는 광주지역 장애인 지원단체, 장애인 당사자와 보호자, 시민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본격적인 토크쇼에 앞서 센터 내 음악밴드 ‘텔러비젼(Teller(말하는 사람)+비젼(센터 이름)’의 공연이 펼쳐졌다. 텔러비젼은 가요 ‘엄마가 딸에게’를 개사한 ‘누나가 동생에게’와 ‘나는 문제없어’를 힘차게 부르며, 자립장애인들의 자립 의지와 자립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표현해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토크쇼에는 사회자로 방선이씨, 패널로는 자립장애인 장수만·윤정민씨와 활동지원사 이관형·마승일씨가 참여했다. 특히 장수만씨와 이관형씨는 각자 자립장애인과 활동지원사로 10년 이상 호흡을 맞춰왔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1부에서는 자립장애인의 일상에 필요한 ‘활동지원 서비스’에 대해, 2부에서는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주제로 자유로운 대화가 이뤄졌다.

12일 오후 광주 남구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자립장애인 토크콘서트 ‘난장 TALK(톡) 까놓고 말해서’가 진행됐다. 윤준명 기자
1부가 시작되자 자립장애인들의 동반자로 발을 맞추는 활동지원사들의 역할과 애로사항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됐다.

자립장애인 윤정민씨가 “활동지원사에게 일을 도와달라고 재촉하면 ‘불만 있으면 스스로 해라’라고 한다. ‘장애감수성’이 부족하다”며 거짓농담을 던지자 담당 활동지원사 마승일씨가 “나는 절대 그런 적 없다. 모함하지 말라”고 손사래를 쳐 참석자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어진 토크쇼에서는 노동법상 의무적으로 부여해야 하는 휴게시간이 주 논제가 됐다. 활동지원사들이 4시간의 근무 후 부여되는 휴게시간에도 장애인들을 도와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지만, 임금은 받지 못한다고 토로하자 자리에 참석한 다른 활동지원사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진행된 2부 ‘장애인 이동권’ 주제에서는 외출과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불편사항을 이야기했다.

패널들은 휠체어 장애인들이 이동시 광주시에서 운영하는 교통약자 이동지원차량 새빛콜에 의존해야 해 장애인들이 본인 의지대로 외출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토로했다.

윤정민씨는 “새빛콜을 불렀을 때 빨리 잡히게 되는 경우에는 외출 준비 도중에 급하게 나가야 한다”며 “오래 안 잡힐 때는 3-4시간을 기다리기도 한다. 그 시간이면 인천에 있는 강화도까지도 갔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교통약자 택시 부족은 전국적인 문제다. 새빛콜의 운행을 늘리는 것도 좋지만, 해외처럼 장애인들이 교통약자 택시에 의존하지 않고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도 문제없이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12일 오후 광주 남구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자립장애인 토크콘서트 ‘난장 TALK(톡) 까놓고 말해서’가 진행됐다. 윤준명 기자
장수만씨도 “새빛콜이 1시간 넘게 잡히지 않아 40분 거리의 역까지 휠체어로 이동하기도 했다. 출발과 정거를 반복하는 버스의 경우 고정이 용이치 않은 수동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활동지원사들의 도움없이는 탑승자체가 어렵다”고 동의했다.

이어서는 이동약자들의 길거리 보행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됐다. 패널들은 보도블럭 등 인도가 제대로 설치·관리되지 않아 이동약자 뿐 아니라 비장애인들의 이동권 역시 침해받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활동지원사 이관형씨와 마승일씨는 “활동지원사가 되기 전에는 장애인들을 쉽게 만나보지 못했다. 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환경에서 만나기 어려운 사회이기 때문”이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똑같은 사람이다. 오늘 이 자리가 모두 함께 더 나은 세상으로 걸어가는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서지훈 비젼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장애인들이 겪는 현실을 보다 가볍게 공유해보고 싶어 토크콘서트를 기획하게 됐다. ‘장애인’이라고하면 우리 사회가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 편견을 깨보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장애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사회문제를 보다 쉽게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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