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영아 숨지게 한 ‘백일해’ 급증… “예방접종 중요”
광주 635명·전남 1401명 발생
마스크 착용 줄면서 감염 증가
소아청소년 감염 비중 90%대
“임신부·폐질환자 백신 접종을”
입력 : 2024. 11. 13(수) 18:31
최근 국내에서 ‘백일해’로 입원 치료를 받던 생후 2개월 미만 영아가 2011년 통계 작성 후 처음으로 사망하면서 전국의 부모들이 긴장하는 가운데 광주, 전남지역 백일해 발생건수가 급증하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13일 광주시와 전남도는 백일해 폭증 현상과 관련 1세 미만 영아 보호를 위해 임신부와 동거가족 등 성인들의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나섰다.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호흡기 질환으로 여름과 가을에 발병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연령이 어릴수록 사망률이 높다. 백일해는 감염 후 평균 7~10일 동안의 잠복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이후 1~2주 동안 가벼운 재채기나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이후 발작성 기침이 4주 이상 지속되는 2급 감염병이다. 성인의 경우 별다른 증상 없이 지나갈 수 있지만, 면역력이 약한 소아의 경우 구토, 탈진, 합병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백일해 전체 발생자 수는 11월12일 기준 총 3만2876명으로 이중 소아 청소년이 2만9828명으로 전체의 90.7%를 차지하며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백일해 발생수를 기준으로 할 경우 경기가 1만101건으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으며, 서울이 4476건, 인천이 3500건으로 뒤를 이었다.

광주도 전년보다 30배 이상 증가한 총 635명이 발생했다. 실제 질병관리청 감염병 포털(잠정통계로 변동가능한 자료)에 따르면 12일 기준 광주지역 백일해 발병건수는 △2018년 47건 △2019년 29건 △2020년 9건 △2021년 0건 △2022년 0건 △2023년 23건에서 올해 크게 증가했다.

자치구별로는 북구가 23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광산구 166건, 남구 117건, 서구 102건, 동구 20건이다.

연령별로는 △0~9세 121건 △10~19세 454건 △20~29세 4건 △30~39세 9건 △40~49세 20건 △50~59세 10건 △60~69세 6건 △70세 이상 11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광주는 △세종 99건 △충북 590건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발생건수가 낮았으며 인구 10만명 당 발생률도 44.56건으로 전국 평균인 63.98건을 하회했다.

전남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5년간 전남의 백일해 발생건수는 △2019년 32건 △2020년 21건 △2021년 0건 △2022년 1건 △2023년 1건이었으나 올해 11월12일까지 1401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시군별로는 여수가 41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완도가 273건, 목포가 130건으로 뒤를 이었다. △강진 9건 △고흥 3건 △곡성 2건 △광양 99건 △구례 4건 △나주 21건 △담양 5건 △무안 63건 △보성 27건 △순천 125건 △신안 6건 △영광 10건 △영암 53건 △장성 13건 △장흥 28건 △진도 16건 △함평 4건 △해남 36건 △화순 60건 등이다.

연령별로는 △0~9세 126건 △10~19세 1137건 △20~29세 15건 △30~39세 11건 △40~49세 34건 △50~59세 20건 △60~69세 15건 △70세 이상 43건을 기록하는 등 영유아 및 어린이, 청소년 사이에서의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의 인구 10만명 당 발생률은 77.36건으로 전국 평균보다 13.38건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 해제로 마스크 착용률이 낮아지며 백일해 감염도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유전자증폭(PCR) 검사법이 발전해 많은 환자를 찾아낼 수 있게 된 것도 환자 수 폭증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예전 같으면 감기로 지나쳤던 것들까지 세균성 감염병 진단으로 통계에 잡히는 것이다.

백일해는 예방 접종으로 면역력을 높일 수 있어 조기 접종이 중요하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가장 우선적으로는 생후 첫 접종(2개월) 이전 영아가 백일해에 대한 면역을 가지고 태어날 수 있도록 임신 3기(27~36주) 임신부 예방접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면역저하자, 중등증 이상 만성 폐쇄성 폐질환자 등 고위험군, 영유아의 부모 등 돌보미, 의료종사자 및 산후조리원 근무자 등 성인들도 올해 백일해 유행 상황을 고려해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도 방역당국 관계자는 “백일해 예방을 위해서는 적기 예방접종이 중요하다”며 “시민들은 호흡기감염병 발생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일상생활에서 손씻기, 기침예절 준수 등 호흡기감염병 예방수칙을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노병하·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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