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과 공존으로 나아가는 방법
[신간]아들이 사는 세계
류승연 | 푸른숲 | 1만8800원
입력 : 2024. 09. 26(목) 16:31
아들이 사는 세계.
최근 개봉한 영화 ‘그녀에게’의 원작 책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을 쓴 류승연 작가가 그다음 이야기를 엮은 ‘아들이 사는 세계’를 출간됐다. 첫 책이 발달장애인 아들을 양육하며 장애계 이야기를 물 밖으로 끄집어낸 것이었다면, ‘아들이 사는 세계’는 발달장애인인 아들이 부모의 품을 벗어나 어떤 성인기 삶을 맞이해야 할지, 학령기인 지금 어떤 것들을 배워야 성인이 됐을 때 제대로 된 자립생활을 할 수 있을지 고민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취재 과정을 담고 있다.

자립이 가능하려면 학령기인 지금부터 ‘관계 맺기’가 잘돼야 한다. 발달장애인의 삶은 궁극적으로 ‘나 혼자 산다’가 아닌 ‘타인의 도움을 받아서 산다’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익숙해하는 가족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람,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는 능력을 체득해야 자립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저자는 자신의 양육 경험과 취재를 통해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해서 갈등 상황을 마주하는 법, 자신의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 정해진 루틴은 지키되 돌발 상황에 ‘문제행동’ 없이 대처할 수 있는 관계와 상황에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경험을 학령기인 지금부터 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꺼이 타인의 도움을 받고, 어울리고 싶고, 타인과 어울릴 줄 아는 사람이 되는 연습을 일찍이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위한 교육과 제도적 시스템에 대한 제안을 건넨다.

여성학박사 정희진 작가는 이 책에 대해 “비장애인의 좁은 시각에 대한 도전으로, 비장애인이 상상할 수 없는 발달장애인의 성인기를 두텁게 묘사해 삶, 세계, 인간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켰다”며 “사유의 재구성과 깨달음이 함께하는 역동적인 독서 체험에 뛰어들기를 권한다”는 추천을 남겼다.

책을 쓴 류승연 작가는 전직 기자로 현직 발달장애인의 엄마다. 사회부를 거쳐 정치부 기자로 6년 동안 국회를 출입했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쌍둥이를 임신, 비장애인 딸과 장애인인 아들을 낳았다. 발달이 느린 아들과 살면서 기다리는 법, 이해하는 법, 참는 법을 배우고 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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