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폭우에 여름배추값 ‘폭등’… 가을배추도 ‘비상’
배추 1포기 9337원 전년비 69.5%↑
여름배추 생산 10% 이상 감소 전망
늦더위에 가을·겨울배추 생육 ‘위기’
모종 가격도 올라 농민 시름 깊어져
입력 : 2024. 09. 19(목) 18:18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등으로 인해 여름 배추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이례적인 늦더위로 인해 가을배추와 겨울배추 작황 부진에 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광주 한 대형마트에 배추가 진열돼 있는 모습.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로 여름배추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추석 연휴 마지막 날까지 ‘폭염특보’가 내려지는 등 이례적인 늦더위로 인해 가을배추와 겨울배추 작황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늦더위와 가뭄이 지속되면 가을·겨울배추 생육에 문제가 생겨 배춧값이 지금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기준 배추 1포기 소매 가격은 9337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69.49%, 평년과 비교해 32.65% 올랐다. 배추 1포기 가격이 5542원이었던 지난 7월 말과 비교하면 68.48%, 6455원 이었던 8월 말과 비교하면 44.65% 상승했다. 배추 가격이 4000원 미만이었던 6월 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올랐고 추석 연휴 바로 전날인 지난 13일 8002원과 비교하면 일주일 새 16.68% 증가했다.

이처럼 올해 배추 가격이 크게 오른 데에는 지난여름 발생한 폭염과 폭우로 인한 작황 부진이 원인으로 꼽힌다. 배추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저온성 채소로 평균 섭씨 15~20도가 생육에 가장 알맞은 온도다. 또 씨를 뿌린 후 50~90일을 키워야 하는데, 올여름에는 이상기후 탓에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출하량이 급감했다. 실제 강원도 고랭(高冷)지 여름 배추 수확량은 6∼8%가량 감소했으며 9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무더위로 인해 여름배추 생산량은 1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의 기후변화시나리오(SSP5-8.5)에 따르면 강원도내에서 가장 기온이 낮은 태백의 연평균 최고기온은 △2021년 14.6도에서 △2051년 16.9도 △2071년 18.4도 △2091년 20.4도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고랭지 재배가 불가능한 수준까지 기온이 오르는 셈이다. 이에 대해 농업진흥청은 이상기후로 인해 전국적으로 고랭지 농업이 가능한 곳이 크게 줄어들고 있으며, 폭염과 폭우로 세균·바이러스성 병해가 생기는 규모와 빈도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농진청은 2050년 고랭지배추 재배 적지가 눈에 띄게 줄고 2090년에는 완전히 사라져 더이상 고랭지에서 생산한 여름배추를 맛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가을·겨울 배추 농사를 시작해야 하는 9월에도 늦더위가 지속되면서 배추 생육에 문제가 생기는 등 가을·겨울배추 농사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기준 전국 대비 가을 배추 재배 면적의 16%, 겨울배추 재배 면적의 62~65%를 차지하고 있는 겨울배추 주산지 해남군은 이상 기후로 인한 배추 생육 부진을 경험하고 있다. 9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늦더위로 인해 가을배추 아주심기(정식)를 마치고도 배추 모종이 고사하면서 15~20% 이상 보식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전국적으로도 빠르면 지난 8월 말부터 심은 모종이 폭염에 말라 죽거나 이어심기를 한 것조차 또다시 강한 햇볕에 타 버리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해남군청 관계자는 “빠르면 8월 말부터 9월 초에 모종을 심어 9월 중순 경에 정식을 마치는 가을·겨울 배추의 경우 현재 파종이 거의 끝난 상태지만, 가을에도 지속되는 폭염으로 인해 배추 생육에 어려움을 겪어 예년보다 보식이 훨씬 많이 이뤄졌다. 파종 시기가 있기 때문에 이후 보식은 어려워 이제는 앞으로의 날씨에 작황을 맡길 수밖에 없다”며 “배추 모종 가격도 지난해와 비교해 1.5배 이상 올라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행히 이번 주에는 비 소식이 있어 주말이 지나면 배추 생육에 적절한 환경이 갖춰질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현재는 꾸준히 생육 동향을 모니터링해야 하는 상황이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여름배추 생산량이 감소해 배추 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 폭염·가뭄이 지속돼 보식까지 마친 가을·겨울 배추 생육에 문제가 생긴다면 배추 가격이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남도는 김치 소비 감소 등으로 반복되는 배추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 적정면적으로 과잉생산을 막아 농가소득을 안정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배추 작목전환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배추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하거나 휴경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
경제일반 최신뉴스더보기

실시간뉴스

많이 본 뉴스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