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폭염·장마에 병충해까지… 과수농가 ‘노심초사’
작년 이상기후로 사과·배 생산 '뚝'
올 첫 과수화상병 전국 확산 조짐
고물가로 과일가격도 들썩 ‘이중고’
농가들 “제값 못받을까 걱정” 울상
입력 : 2024. 06. 24(월) 17:16
지난 주말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 가운데 지난해 폭염, 가뭄, 냉해 및 병충해 등으로 생산량에 큰 피해를 입은 광주·전남지역 과수농가들이 올해도 이상기후 및 병충해로 인해 과일 수확량과 상품 가치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있다. 사진은 담양의 한 복숭아 과수원.
이른 폭염과 함께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 가운데 광주·전남지역 과수농가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상기후와 병충해 등으로 인해 과일 수확량과 상품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4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과일 생육기에 찾아온 폭염, 가뭄, 장마, 냉해 및 이상고온으로 인한 병충해 등이 농가를 휩쓸고 가며 농산물 수확이 크게 줄어들고 과일값이 대폭 상승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가을배추·무·콩·사과·배 생산량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총 39만4428톤으로, 2022년 56만6041톤과 비교해 17만1613톤(30.3%) 줄었다. 배 생산량은 6만7291톤(26.8%) 하락했다. 시도별 배 생산량은 전남이 6만 2346톤으로 전국 생산량의 33.9%를 차지했다. 착과수 감소와 냉해 등으로 인한 피해 비율 증가, 농촌 고령화에 따른 노후 과수 폐원으로 인한 재배면적 감소 등이 생산량 감소의 원인이었다고 통계청은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3일 충북 충주의 한 과수원에서 올해 처음으로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이후 경기, 강원, 충북, 충남, 경북, 전북 등 13개 시·군으로 번지고 있어 과수농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수화상병은 세균성 병해로, 사과·배 등 나무가 감염되면 잎이나 가지 등이 검은색으로 변하면서 괴사한다. 감염되면 치료제나 방제약이 없어 나무를 뿌리째 뽑아서 태운 뒤 땅에 묻어 폐기한다. 주로 개화기인 5~7월경 발생하며 전염은 주로 꿀벌에 의해 이뤄지고 비에 씻긴 병원균이 다른 나무로 이동해 전염되기도 한다.
 
광주·전남지역의 경우 아직까지 과수화상병으로 인한 피해는 없지만 지자체마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곡성군의 경우 사과와 배를 재배하는 농가들에게 화상병 예방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는 한편 병해충 예찰방제단을 통한 과원 예찰을 상시 실시하며 과수화상병 약제를 공급·살포하고 있다.
 
또 나주시는 인접 지역인 전북 무주까지 화상병이 남하하자 위기 단계를 ‘경계’로 격상하고 산림 지역에 있는 화상병균 기주식물에 대한 방제를 강화했다.
 
과수화상병 확산 조짐과 함께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과일 가격도 들썩이고 있어 과수농가들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광주·전남 농수산물 가격정보’에 따르면 광주 양동시장 소매가격 기준 지난 17일 배 10개 가격은 5만3500원으로 1년 전 2만3500원에 비해 127.7% 급등했다. 사과 10개의 가격은 3만4000원으로, 1년 전 2만5800원과 비교해 31.8% 올랐다.
 
담양에서 복숭아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는 채영숙(70)씨는 “아직 병충해 피해는 없지만 여름철 폭염과 장마·태풍이 이어지면 과육 및 당도에 이상이 생기고 상품 가치가 떨어져 제값을 받지 못할까 우려된다. 방제 등을 철저히 하며 탄저병·화상병·흑성병 등 농가의 씨를 말리는 병충해 피해 없이 7월 말 수확이 안전하게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상기후 등으로 인한 문제가 나타나 수확량이 줄어든다면 더 이상 농사짓기가 힘들 것 같다. 농가 소득 안정을 위한 정부 차원의 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수확기까지 사과·배 등 일부 과일값이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자 수입 과일 4만톤 이상을 추가로 들여오며 과일 물가 잡기에 나섰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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