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광장·박안수>도덕성과 정체성이 흔들릴 때
박안수 말뫼아카데미 원장·경제학박사
입력 : 2024. 04. 17(수) 10:41
박안수 원장
기미독립선언서에 이런 조문이 나온 기억이 있다. ‘ 학자는 강단에서 정치가는 실제(實際)에서 ~ 중략 ~ 위력의 시대가 거하고 도의(道義)를 시대가 내하도다 ’ 라는 문장이다.

조금은 암울한 일제강점기에도 도덕성과 정체성을 강조한 문장일 것이다.

이제 지역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총선 축제는 막을 내렸다. 당선된 후보는 선거 기간동안 다짐했던 초심을 잊지 않고 오직 나라와 국민을 위한 올바른 정치를 해야 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지난시절 정치인이 국민의 삶을 걱정해야 함에도 역으로 국민들이 정치인들의 불편한 사고와 행동을 걱정하는 형국들도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어느 대학교수는 올해 우리사회 소비트랜드 중 하나를 외모, 자산, 학력, 직업, 집안, 성격 등 6가지 경쟁력을 갖춘 육각형인간을 선호하는 소비트랜드를 제시하였다.

그렇다면 리더인 정치지도자의 리더십요건에 육각형을 대입하면 가장 중요한 한모서리(角.面)는 아마도 고도의 도덕성과 정체성이라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에서 직능과 직업을 대표해야 하는 비례대표제의 경우 본질에서 다소 벗어나 위성정당을 설립하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계속 실시함은 우리 현실에 적합한 제도인지 한번쯤 반추해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그런가하면 지역구에 입후보한 몇몇 후보는 과거 윤리와 도덕과는 다소 거리가 먼 불법 행위와 수준이하의 저급한 막말, 혐의가 의심되는 편법 증여와 불법대출, 부동산 투기 등 국민들의 수준과 상식에 넘어서는 행동을 한 후보들이 있었음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조선(朝鮮)이라는 국가가 500년 이상 지탱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전라도 고부군수처럼 동학농민혁명의 도하선이 된 가렴주구(苛斂誅求)한 인사도 가끔은 있었지만 그래도 다산 정약용님이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주창한 내용들을 충실히 이행한 관리가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일례로 청렴결백하여 청백리에 2회나 녹선(錄選) 된 우리지역 장성출신 박수량님은 모친 봉양을 위하여 고부군수를 거쳐 형조, 호조판서에 이르는 동안 그의 청렴결백함을 측정할 수가 없어 명종임금은 백비(白碑)를 하사하여 지금도 장성군 황룡면 선산에 묘비로 남아 있다.

그리고 정체성(正體性. Identity)의 사전적 의미는 ‘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 또는 그 성질을 가진 독립적 존재’를 의미한다고 열거하고 있다.

과거 사람들이 자꾸 생각을 바꿀 때나 오리무중의 행동을 자행할 시에 정체성에 대하여 묻곤 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정치에 있어서 진보와 보수는 각각 나름에 선명한 정체성이 있을 것인데 요즘 우리정치현실을 조망해 보면 진보나 보수를 쉽게 넘나들은 정치인들을 볼 수가 있어 이념의 벽이나 경계가 약간 흔들림의 느낌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일반 국민들에게 다소의 존경과 인기를 받아 온 종교지도자들이 갑자기 정치권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를 해야 할지 종을 잡을 수가 없어 보인다.

비록 TV드라마이지만 조선 선조 때 동의보감을 지은 어의(御醫) 허준은 과거시험을 보러가는 도중 전염병이 발병한 고을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치료하다가 과거시험 날짜를 넘겨 과거를 보지 못했던 것이 당시 의관으로서의 정체성이라는 생각이다.

어느 유명한 작가는 정체성 확립에 대한 견해를 단순히 유전자에만 지배를 받지 않으며 인간의 정체성이 그렇게 단순하게 결정될 수 없고 선천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살아가면서 각자의 마음에 남겨지는 무수한 삶의 흔적, 특히 상처와 고통이 내면에 쌓이는 과정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이 형성된다고 하였다.

학자는 강단에서 정치가는 실제에서처럼 각자의 정체성과 도덕성을 찾아 좀 더 성숙된 사회로의 발전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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