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상승에 구인난까지… 지역 中企 '한숨'
“임금 올려도 일할 사람 없어”
내수부진 겹쳐 어려움 가중
제조업 경기전망지수도 하락
영세업체 인력·자금지원 절실
입력 : 2023. 05. 30(화) 17:31
“최저임금이요? 요즘 200만원 언저리 받고 제조업에 종사하려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최저임금은 고사하고 훨씬 넘는 금액으로도 사람을 못 구합니다.”

고물가 기조 속 내년도 최저임금을 놓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중소 제조업체들이 인건비 상승과 구인난 심화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장에서는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에도 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는 등 인건비 상승과 구인난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어 최저임금 인상안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순천에서 콘크리트 제품 등을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 A씨는 원자재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고용 인원을 줄이기 시작해 현재 5명의 직원만을 두고 있다.

A씨는 “이미 지역 중소기업, 특히 제조업 현장은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든, 1만2000원으로 오르든 크게 달라질 것이 없는 상황까지 왔다”며 “파트타임 직원들을 주로 고용하는 소상공인들의 경우 최저임금 1000~2000원에도 많은 영향을 받겠지만, 중소 제조기업들은 월급 300만원을 준다고 해도 직원을 구할 수가 없는 지경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물가가 오르니까 최저임금도 올라야 한다는 부분도 당연히 맞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미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오른 상태에서 사람은 구해지질 않으니 악순환의 반복이다”며 “지금은 최저임금 갖고 싸울 때가 아니라 영세기업들의 인력, 자금난 해소를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30일 중소기업중앙회 광주전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지역 중소기업 21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기업들의 경영애로 사항 중 ‘내수부진’(56.8%)과 함께 ‘인건비 상승’(54.0%)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혔다.

지역 중소기업의 구인난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기초생활 소득에 대한 인식과 물가 인상이 지속되면서 어느 때보다 극심한 인건비 부담과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제조업을 중심으로 다음달 경기전망까지 하락세로 돌아서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광주전남본부가 이날 내놓은 광주·전남 중소기업의 6월 경기전망지수는 81.9로 전월(82.1) 대비 0.2p 하락했으며 전년 동월(90.0)대비로는 8.1p 하락했다. 물가상승률 둔화 및 기준금리 동결 등으로 올해 초부터 소폭이지만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던 경기전망지수가 5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비제조업의 경우 83.3으로 전월(79.2) 대비 4.1p 상승했지만, 제조업은 80.8로 전월(84.5) 대비 3.7p 하락했다. 수출 부진세 및 불확실한 경제상황이 지속되면서 특히 제조업 체감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역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기업 매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기업의 규모를 막론하고 커지는 추세지만, 문제는 영세 중소기업의 경우 인상률과 구인 여력 등이 지속적으로 어긋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률 최소화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전반적인 임금 인상분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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