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유가족 아픔 함께 한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동행’
제주항공 참사 1만5000여명 봉사
식사 지원·환경 정화·의류 세탁 등
심리 치유·건강 위한 진료실 운영
유가족 "은혜 잊지 않고 보답할 것"
입력 : 2025. 01. 20(월) 18:52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유족들 위해 봉사 활동에 나선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18일 무안국제공항 1층 식당에서 유족과 현장 수색 활동을 펼친 소방대원, 경찰관 등을 위해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온 나라가 깊은 슬픔에 잠긴 채 새해를 맞이한 가운데, 사고 현장인 무안국제공항은 유가족과 추모객을 위한 구호품과 봉사자들이 줄을 잇는 등 치유의 손길로 가득 찼다. 전국민적 뜨거운 연대는 참사의 아픔을 보듬으며 지역에 큰 위로를 안겼다.

지난해 12월29일 오전 9시3분께 제주항공 7C2216편(방콕-무안)이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중 활주로를 이탈해 외벽을 충돌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과 승무원 등 총 181명 중 179명이 숨졌다. 특히 광주·전남에서만 157명이 희생되면서 지역사회에도 잊을 수 없는 커다란 아픔을 남겼다.

사고 직후 무안공항에는 유가족들을 돕기 위한 전국민의 지원이 이어졌다. 각지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들은 밤낮으로 공항을 지켰고, 구호품 행렬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추모식이 열린 지난 18일 찾은 무안국제공항에는 여전히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현장을 지키며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전하고 있었다.

참사 발생 이후 매일 부스를 운영하며 물품 나눔과 정화활동을 진행해 온 전남자원봉사센터는 합동추모식을 위해 인력을 추가 배치하고,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나눠주는 등 적극적인 지원 활동을 펼쳤다.

자원봉사자 이창준(58)씨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며 많은 재난 현장에 지원을 나선 바 있다. 이번 참사에서도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유가족들의 슬픔을 덜기 위해 망설임 없이 무안공항으로 향했다”며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유가족들의 감사 인사에 힘을 얻으며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남자원봉사센터 접수 결과 전국에서 7000여명의 시민이 자원봉사를 위해 사고 현장을 찾았다. 이들은 유가족 지원, 식사·물품 지원, 교통안내, 환경정화, 의류 세탁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센터에 접수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푸드트럭 등을 동원해 봉사한 이들을 포함하면 사고 직후부터 추모식에 이르는 약 3주의 기간동안 총 1만5000여명의 시민이 무안에서 봉사활동을 한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민의 물품 지원도 유가족들의 생활 불편을 덜어줬다. 센터에는 식사·간식류, 일회용품, 세면·위생도구와 의류 등이 부족함 없이 들어왔다.

희생자 가족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노력도 계속됐다.

자원봉사자들은 유가족 등의 재난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공항에서 심리회복지원센터를 지속운영했고, 참사 발생 이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온 공항 소재 망운면 일대 20개 마을에서 찾아가는 심리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무안공항에는 심리 지원, 한의 진료, 의약품 지원 등 유가족들의 건강을 돕는 부스도 운영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와 전남도가 지난해 말 문을 연 한의진료실에는 매일 2명의 전문의가 대기하며 하루 평균 70여 명의 유가족에게 의료 지원을 제공했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지치고 힘들어하는 유가족들을 위해 우황청심환과 한방감기몸살제 등을 제공하고 침 치료를 통해 건강을 돌보고 있다”며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될 순 없지만 앞으로도 유가족들에게 작은 힘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재난 구호기관인 대한적십자사 역시 사고 직후부터 총 1132명의 직원과 봉사원, 재난 심리 활동가가 투입돼 공항과 분향소에서 도움을 제공했다.

임성희 대한적십자사 구호복지팀장은 “적십자사는 이번 참사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봉사에 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무안을 향한 전국적인 연대와 위로의 손길은 슬픔에 잠긴 광주·전남 지역사회와 유가족들의 아픔을 보듬으며 치유의 희망을 남겼다.

유가족들은 사고 수습과 지원에 힘쓴 모든 국민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밝혔다.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추모식에서 “엄동설한에 애써준 국민과 자원봉사자, 소방관, 경찰관, 공무원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며 “여러분들이 유가족들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 잊지 않고 평생을 보답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정상아·윤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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