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봉·K-팝·현수막…비폭력·연대 시위문화 ‘눈길’
주민들 ‘국힘 108명 표결 촉구’ 게첩
대학가, 시국선언 등 퇴진운동 전개
전 세대 참여…“민주화 향한 화합”
외신들 “차세대형 민주주의” 주목
대학가, 시국선언 등 퇴진운동 전개
전 세대 참여…“민주화 향한 화합”
외신들 “차세대형 민주주의” 주목
입력 : 2024. 12. 12(목) 17:31
광주 북구 지역에 국민의힘 의원의 이름이 명기된 탄핵 표결 참여 현수막이 게첨돼 있다.
광주 북구 지역에 국민의힘 의원의 이름이 명기된 탄핵 표결 참여 현수막이 게첨돼 있다. |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여당의 탄핵 표결 참여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내거는가 하면 추운 날씨에도 거리로 나선 시민들은 응원봉을 이용해 박자와 음정을 맞춰 소위 ‘떼창’을 하거나 MZ세대로 불리는 20~30대 젊은 층이 시위에 적극 참여하는 등 비폭력과 연대의 시위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12일 전남대학교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최근 전남대 총학생회, 중앙운영위, 총동아리연합회, 단과대 학생회 임원 등 30여명으로 구성된 ‘비상계엄 대응 기획단’은 ‘비상계엄에 따른 윤석열 퇴진 결의안’을 채택을 위해 총집회를 열었다.
총집회에서는 총학생회와 학생대표 등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현 시국에 대한 전남대 구성원들의 성토의 장이 펼쳐졌다.
오는 14일에는 전남대 5·18광장-정문-임동오거리-금남로-전일빌딩-옛 전남도청으로 이어지는 1980년 5월 행진을 재현하는 가두행진을 펼치며, 이후 시민사회가 주관하는 광주시민 총궐기집회에 합류한다.
앞서 전남대 학생회는 계엄령 선포 다음 날인 4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했고, 학내에는 학생들의 행동을 강조하는 대자보가 곳곳에 게시되기도 했다.
대학가의 시국선언과 함께 8년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원동력이 됐던 시민들의 자발적인 퇴진 운동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북구지역에는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이름이 명기된 탄핵표결 참여 현수막 108개가 게첩됐다. 현수막에는 ‘윤석열 탄핵 국민의힘 의원 표결에 참여하라’는 내용과 함께 국민의힘 의원 전원의 이름이 기재돼 있다.
이들 현수막은 윤 대통령 탄핵에 동조하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게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는 지난 3일부터 평일과 주말 오후 7시가 되면 추운 날씨 속에서도 시민들의 분노와 허탈감이 녹아든 군중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청년층부터 중장년층,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촛불 대신 각자 준비해온 형형색색의 아이돌 콘서트 응원봉을 통해 윤 대통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또 K-팝 유명 노래를 개사해 단조로운 기존 집회에서 밝은 분위기의 이색적인 퇴진 촉구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응원봉을 포함한 일명 ‘민주주의 굿즈’는 품절이 속출하고 있고, ‘민주주의 수호 에디션’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두 자녀와 탄핵 집회에 참여한 김주형씨(54·여)는 “과거 부모님의 시위 때 얘기를 들으면서 이렇게 시민들이 최대한 폭력에 의한 희생을 피할 수 있게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더디지만 세상이 앞으로 나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며 “혼란한 세상을 만든 기성세대로 자녀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세대 갈등이 아닌 화합을 만들어가는 다음 세대의 의젓한 모습에 고맙고 든든하다”고 말했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학생운동을 한 선배로 그동안 답보돼 왔던 학생회가 이번 내란사태를 계기로 이제 시민들과 함께 해야 할 것이다”며 “매일 우리당원 30명 이상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데 함께해주시는 시민들이 늘어날수록, 국회에서 더 강력하게 투쟁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전했다.
한편,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 집회에 응원봉과 K-팝 음악 등이 등장하는 현상에 외신들도 주목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시민 집회에 나온 응원봉이 기존의 촛불을 대체하며 ‘비폭력과 연대의 상징으로 떠올랐다’고 평가했고, 블룸버그 통신은 응원봉이 한국의 집회 현장에서 새 생명을 얻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이 같은 현상이 가벼운 시위문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또 일본 닛케이신문은 축제의 북적임 속에서도 질서정연한 시위였다고 소개하며 ‘차세대형 민주주의의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