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이건철>아이치현의 식견과 충청권의 상생사례를 배우자
이건철 전 전남발전연구원장
입력 : 2024. 12. 11(수) 18:36
이건철 전 대표이사
1980년대를 전후해 주요 국가의 산업화 범역이 대외적으로 확대되면서 이른바 ‘세계화’가 모든 나라나 지역의 발전목표로 등장했다. 특히 산업적으로 적기공급 생산방식과 상품의 소형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물류 비중에서 항공이 해운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그 위에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중국·러시아·동유럽 등 사회주의국가의 ‘개방화’가 이루어지면서 해외여행객 수가 급증추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처럼 세계화와 개방화로 인해 급증하는 물·인적인 수요 증가에 대비해 모든 나라가 경쟁적으로 국제공항을 확충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과 우리나라도 국제공항 확충에 나서기 시작했다.

먼저 일본은 수도권의 하네다·나리타 공항을 확충하고, 지방의 주요 도시에 대규모 거점공항을 인공섬을 통해 건설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과 나고야 중부국제공항이다. 간사이공항은 이미 1994년 세계적인 공항으로 건설되었으며. 중부공항은 11년 후 2005년 간사이공항과 동일한 규모로 건설되었다. 특히 중부공항은 지역의 의지에 의해 건설되었다는 점이 이채롭다. 거점도시인 나고야는 동경과 오사카의 중간지역에 입지한 관계로 국제공항 건설 당위성이 떨어져 중앙정부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나고야가 속해 있는 아이치현(愛知縣)은 민·관이 함께 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명분으로 2005아이치세계박람회를 제안해, 이를 유치함으로써 쉽게 대규모 국제공항이 건설됐다. 세계박람회를 앞둔 2005년 2월 아이치현 도코나메시 앞 인공섬에 간사이공항에 이어 일본 국내 제2의 해상공항으로 건설되었다. 일본 중부지역의 관문이라는 의미의 약칭이자 애칭으로 영어로 중부지방을 뜻하는 Central과 공항을 뜻하는 Airport를 조합한 조어 ‘센트레아(Centrair)’로 불린다. 애칭인 센트레아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로 선정되었는 바, 지역민들의 중부공항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는 징표라 할 수 있겠다. 여세를 몰아 2019년에는 ‘세계 제1의 지방공항’으로도 선정하기도 했다. 우리가 배워야 할 부러운 사례라 생각된다.

우리나라도 1988년 노태우정부 시절 「서해안시대 개막」과 함께 국토 3각축인 수도권, 영남권, 서남권에 각각 1개의 거점 국제공항을 건설하는 국제공항건설계획을 확정하고, 그 후속으로 공항개발중장기기본계획(1994)과 호남권 신공항(무안)기본계획(1998)을 수립했다. 무안국제공항은 이를 토대로 2007년 11월 노무현정부 시절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당당히 개항했다. 그리고 영남권에서는 김해공항을 대신할 국제공항으로 ‘영종도국제공항’이 등장했고, 행정구역간 입지 선정에 따른 불협화음으로 지연되다가 현재는 본격 추진 중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국토 3각축에서 소외된 충청권과 대구·경북권의 국제공항 활성화 동향이다. 충청권은 2007년 무안국제공항이 개항하자 대전시청∼청주공항간 거리(55km)가 광주시청∼무안국제공항간 거리(40km)를 상회하고, 청주공항이 군사공항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청주공항이 살아야 충청권이 산다’는 상생분위기를 살려 연간 이용객이 400만명을 상회하는 국제공항으로 부상시켰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상상할 수 없는 상생의 산물이었다. 대구·경북도 민·군 공항이 통합 이전하는 최초 사례라는 상징성을 내세우면서 2030년 개항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더 눈여겨 볼 일은 무안국제공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새만금과 사천공항의 국제공항 추진 시도다. 새만금은 산업화와 함께 국제공항 건설에 최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으며, 사천공항도 국제공항으로 확충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심히 걱정되는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유일하게 무안국제공항만 지역 내 불협화음으로 제 갈길을 못가고 있다. 마침 광주 민·군공항과 관련한 중앙부처와 정치권의 무관심이 문제점으로 제기되기 시작하던 차에 더불어민주당과 중앙부처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소식이 있어 안도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광주·전남 상생발전 TF’를 구성해 민··군공항 통합이전에 참여키로 한 데다, 국무총리실 주관 범정부협의체도 12월 중 실무회의를 개최하며 재가동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광주·전남·무안 등 3개 지자체에 국한됐던 공항 문제가 정치권과 중앙정부 차원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된 셈이다. 그런데 갑자기 계엄정국이 도래하면서 무안국제공항의 앞날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했다. 그럼에도 무안국제공항은 어떤 일이 있어도 활성화되어야 하기 때문에 우선은 무안군의 수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이를 위해 정치권과 중앙정부는 항공정비지원센터나 항공특화산업단지 조성 등 무안군민을 설득할 종합적 대안과 미래 발전비전을 제시하며 진정성있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지역에서도 민·관이 함께 국제공항 건설을 이끌어낸 일본 아이치현의 지혜·식견과 충청권의 파격적인 상생사례를 본받아 무안국제공항을 활성화시키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무안국제공항이 살아야 광주·전남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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