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의 얼룩을 닦아내는 어미의 마음
꽃들에게 길을 묻다
이경은 │ 도서출판 시와 사람 │1만 2000원
입력 : 2024. 12. 05(목) 15:09
‘꽃,이라는 기표를 통해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서사를 이입시켜온 이경은 시인이 신작 시집 ‘꽃들에게 길을 묻다’를 출간했다.

꽃길은 꽃이 제일 잘 알고 있다는 시인이 말하는 꽃길. 이 시인의 시에는 끝없는 설의법이 엿보인다. 둥근 물음표(해바라기2), 너만 괜찮다면(들국화), 님아, 그 날처럼(달맞이꽃), 너에게 물들고 싶다(봉숭아꽃), 영원이란 말은 어디에서 오는가(무궁화꽃) 등 많은 시편에서 끝없는 질문을 던지고 시인의 물음표에 독자가 대답한다

환호하는 생명의 아름다움과 폭력에 희생된 사람들을 통해 생명성을 고착시키고, 꽃이 지닌 의미를 애틋함과 그리움으로 노래해 온 이 시인. 불교적 상상력을 드러내는 시편에는 시적 대상들에 불교적 세계관을 남김없이 밝히고 현실을 내밀하게 반영한 시편에는 우리 사회가 지닌 그늘과 모순, 부조리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얼마나 더 바라보면/너처럼 둥그러질까/얼마나 더 무릎을 꿇어야/너처럼 고개를 숙일 수 있을까/얼마나 더 햇볕에 서 있어야/너처럼 노랗게 익혀질까/한 뼘 마음 밭을 가꾸는데/몇 겁의 세월이 필요할까.” (해바라기 전문)

이 시인의 시는 또 순하고 편안하다. 배꼽 밑에 새끼를 품고 있는 호박꽃 마냥 순한 웃음소리를 들려주고 울타리 없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호박꽃 마냥 편안하다는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세상의 잡음과 얼룩을 닦아 어미의 마음이다. 시집을 출간하는 일이 보람 있고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는 이 시인이 시집을 펴낸 이유는 역설적으로 ‘항상 갈증이 있었고 빈곤이 있었고 부끄러움도 있었고 숨기고 싶은 비밀도 약점도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서로에게 얼마큼 물들었을까/얼마큼 몸을 섞어야/지워지지 않은 꽃물이 들까…/봉숭아꽃이 피었어/다음 생에도/너의 첫사랑으로 물들고 싶어.” (봉숭아꽃)

이 시인은 “내 시편 중에 작품의 완성도에 따라 이정도면 과락은 면했구나 하는 작품과 이것을 어쩌자고 내 놓았나 후회스럽고 부끄러운 작품도 많다”면서 “모든 문학과 예술의 명작과 졸작은 독자의 몫인 만큼 독자의 반응을 기다리면서 앞으로도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들여다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인은 민감한 언어의 더듬이로 세상을 새롭게 보고 감각적 언어를 사용할 뿐”이라며 “어느 한편이라도 독자의 가슴에 위안과 꽃 길이 되어주길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해남에서 태어난 이 시인은 광주에서 중등교사로 재직하다 정년퇴직을 했고 지금까지 시 낭송 교재 ‘시 소리꽃으로 피다 1, 2, 3, 4집’과 ‘다형 시 사랑’, 시집 ‘둥근 초록을 쓰다’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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