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거차량 초등생 참변…유족 "중대재해법 적용 검토를"
도로·폐기물법 등도 개정 요구
"비통한 마음…비극 재발 안돼"
입력 : 2024. 11. 08(금) 20:45
지난 31일 오전 광주 서구의 한 장례식장에 청소차량에 치여 숨진 김모(7)양의 빈소가 마련됐다. 빈소 앞에 김양이 다니던 초등학교로부터 온 근조화환이 세워져 있다. 윤준명 기자
최근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재활용 폐기물 수거차량에 치여 숨진 초등생의 유족들이 중대재해법 적용 가능성을 제기하며,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법 개정과 처벌 규정 검토를 촉구했다.

8일 피해 초등생 김모(7)양의 유가족에 따르면 ‘아파트 인도 위에서 폐기물 수거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난 아이 사고 관련 아이들 안전을 위한 법 개정에 관한 청원’을 제목으로 국민청원을 제기했다.

사고가 발생한 쓰레기장 앞은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연석을 제거해 폐기물 수거 차량이 인도로 자유롭게 올라올 수 있게 방치된 상태였고 아파트 측의 안전 관리 부실로 발생한 사고인 만큼 중대재해시민법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유가족들의 주장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중 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와 제조를 비롯해 관리상 결함을 원인으로 발생한 재해를 의미한다. 아파트와 폐기물 차량은 공중이용시설과 공중교통수단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단순한 공용시설이나 교통수단이 원인이 돼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아파트가 설치한 쓰레기장의 관리상의 결함의 문제라는 점에서 시민재해에서 말하는 ‘제조물의 관리상 결함’으로 인한 재해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유가족 김모씨는 “공용 보행로와 대형 차량이 다니는 작업 환경에서의 안전 관리 부실은 불특정 다수의 보행자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요소”라며 “이번 사고는 아파트 단지 내 쓰레기장 안전 관리 소홀이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중대시민재해법 적용 가능성을 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들은 보행자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도로교통법 개정과 사설 폐기물 업체에 대한 폐기물 관리법 등 안전수칙 적용에 대한 검토도 요구했다.

지난 31일 오전 광주 북구 신용동의 한 아파트 단지서 청소차량에 치여 숨진 김모(7)양의 추모공간에 간식과 쪽지가 남겨져 있다. 윤준명 기자
김씨는 “아파트 단지는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라 인도로 진입해 사고를 내더라도 처벌이 미흡하다”며 “사고를 낸 폐기물 업체는 민간업체라는 이유로 폐기물관리법 적용을 받지 않아 3인1조 근무 등 안전수칙을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도로교통법 제32·33조 등에서는 인도를 △소화전 주변 5m 이내 △교차로 모퉁이 5m 이내 △버스정류소 10m 이내 △횡단보도 10m 이내 △어린이보호구역 등과 함께 6대 주정차금지구역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아파트 단지 내부 인도 등 사유지는 도로교통법의 효력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 사설 폐기물 업체의 경우 ‘폐기물 처리 신고 업체’에 속해 3인 1조 작업 원칙 등 폐기물관리법과 환경부의 작업안전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이 아니다.

김씨는 “2018년에도 아파트 도로에서 6세 아이가 숨졌지만 법안 개정이 되지 못했다”며 “아파트 단지 내 도로에서 사고가 나도 도로교통법에 준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법을 개정하고, 안전수칙 적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가족들은 이번 사고로 아이의 주검조차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고 입관식도 치르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며 “애교 많고 밝은 아이를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비통해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더 이상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계자들의 엄중한 처벌과 제도 개선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오후 1시20분께 광주 북구 신용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A(49)씨가 몰던 5톤 폐기물 수거차량이 후진하던 중 하교하던 김양을 추돌했다. 이 사고로 크게 다친 김양은 현장에서 숨졌다.

A씨는 재활용 쓰레기 수거를 위해 아파트 분리수거장 앞 인도에 후진으로 주차하던 과정에서 김양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가 몰던 수거차량에는 후방 경고음과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지만, A씨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사이드미러를 보고 후진하다가 김양을 보지 못했다”고 자신의 부주의를 인정했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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