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16년 만에 꽃 피운 ‘우승 포수’
‘V12’ KIA타이거즈 2024년 결산
<5> 포수 김태군
비FA 다년 계약 후 안방 맹활약
안방 강화 및 후배 양성 등 역할
20시즌 백업서 24시즌 중심으로
“나를 향한 인식부터 달라질 것”
입력 : 2024. 11. 07(목) 18:12
KIA타이거즈 김태군이 지난달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성윤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정해영을 끌어안고 기뻐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큰 계약을 했기에 올 시즌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감이 동시에 있었다. 우승 포수가 됐기에 나를 향한 인식 자체가 달라질 것이다.”

김태군이 KIA타이거즈에서 야구 인생 2막을 열었다. 지난해 10월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한 뒤 1년 만에 ‘만년 백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우승 포수’로 거듭나며 180도 다른 타이틀을 얻었기 때문이다.

2008년 LG트윈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김태군은 NC다이노스를 거쳐 지난해 7월 류지혁과 맞트레이드로 삼성라이온즈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65경기에 나서 타율 0.258로 24타점과 17득점을 기록했다. 시즌을 통틀어서는 114경기에서 타율 0.257로 42타점과 24득점을 생산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기를 가졌고,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모습이었다.

심재학 단장은 그의 가치에 믿음을 보내며 지난 시즌 막바지 연봉 20억원과 옵션 5억원 등 3년 총액 25억원의 화끈한 조건을 안기며 구단 최초의 비FA 다년 계약 타이틀을 달아줬다.

일각에서 몸값 거품 논란이 있었지만 김태군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계약을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아 베테랑으로서 말보다는 행동으로 앞장서 새 시즌에는 달라진 모습을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김태군은 올 시즌 그 약속을 지켰다. 올해 105경기에 나서 타율 0.264로 34타점과 24득점을 기록했다. 단순한 기록으로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지난해 KIA 이적 후 -0.21에 그쳤던 대체 수준 대비 승리 기여도(WAR·스탯티즈 기준)를 1.13까지 끌어올렸다.

후배들의 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시즌 후반기 전력에 가세하며 가능성을 보였던 한준수는 올 시즌 115경기에서 타율 0.307로 41타점과 39득점을 생산하며 성장했다. 한준수는 프리미어12 출전이 좌절됐으나 팀 코리아 훈련 소집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며 KIA를 넘어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포수로 떠올랐다.

지난해 구위 저하와 제구 난조 속에 눈물을 흘렸던 정해영은 세이브왕과 헹가래 투수로 거듭났다. 김도현과 황동하, 곽도규, 김기훈 등 젊은 피들도 그의 리드 속에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김태군이 영향력을 미친 포지션은 포수와 투수뿐만이 아니었다. 내야수 김도영과 박찬호 등도 쓴소리의 타깃이었다. 수비 실책을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자 고개 숙이지 말라고 혼냈다. 물론 선배라고 해서 예외는 없었다. 양현종이 힘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자 마운드에 올라 강하게 질책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럼에도 김태군을 모두가 따랐던 데는 군기반장 역할을 하면서도 자기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저한 자기 관리가 밑바탕이 됐고, 기량 향상을 위한 훈련에 몰두했다.

그의 노력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 포수라는 꽃으로 만개했다. NC 소속이던 2020년 양의지의 백업으로 한국시리즈에 나섰던 김태군은 이번에는 다섯 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포수 마스크를 썼고, KIA가 패배한 3차전을 제외하고 모두 풀타임으로 안방을 지켰다. 우승을 확정 짓는 정해영의 헛스윙 삼진 공을 받아낸 포수 역시 김태군이었다.

특히 공격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하며 수비형 포수라는 설움까지 완벽히 털어냈다. 김태군은 4차전에서 만루 홈런을 때려내며 시리즈 분위기를 확실히 가져왔고, 5차전에서는 결승타를 때렸다. 다섯 경기에서 타율은 0.353에 이렀다. 주전으로는 단 한 번도 3할 타율을 기록한 적 없었던 그가 큰 무대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김태군은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올해는 큰 계약을 맺었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공존했다”며 “경찰 야구단에 다녀온 뒤로 찬밥 신세였는데 우승 포수라는 타이틀을 얻었기에 저를 향한 인식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KIA에 온 지 1년 반이 됐는데 우리 팀이 충분히 장기 집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마음가짐이라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 우승이라는 것이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마음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되새기며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
KIA타이거즈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