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아들에게 전하는 눈물의 명예졸업장
양동초, 5·18 행불자 이창현군 명예졸업식 거행
가족들 “마지막 모습 생생해… 꿈에서 만나길”
입력 : 2024. 05. 17(금) 14:23
5·18 당시 양동국민학교 1학년 재학 중 행방불명된 이창현군의 명예졸업식이 17일 광주 서구 양동초등학교에서 열렸다. 김혜인 기자
“위 사람은 본교1학년 재학 중 5·18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으로 인해 학업을 마치지 못하였으나 고인의 명예를 회복해 주고자 이 졸업장을 수여합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양동국민학교 1학년 재학 중 실종된 이창현군의 명예졸업식이 17일 모교에서 열렸다.

졸업식에는 박철신 광주시교육청 정책국장, 임공진 양동초등학교 교장과 이군의 어머니 김말임(78)씨와 그의 누나 이선영(55)씨가 참석했다. 이군의 모교 후배인 양동초 5~6학년 학생 30여명도 졸업식에 함께했다.

특히 양동초13회동문회장인 박준수 시인의 추모시 ‘따뜻한 교정의 품에 안기렴’이 낭송되자 가족들을 비롯해 학교 관계자들까지 눈물을 훔치며 안타까운 마음을 달랬다.

어머니 김말임씨는 졸업식 내내 눈물을 흘리며 보고싶은 아들을 떠올렸고 누나 이선영씨는 동생 이군의 마지막 모습을 회상하며 인사를 전했다.

이선영씨는 “작고 어린 동생 창현아. 같이 학교를 다니며 운동장에서 뛰놀거나 학교 앞 문방구 앞에서 쭈그려 앉은 모습을 잊지 못한다.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해 가슴이 아프지만 이팝나무의 꽃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오늘은 누나와 엄마의 꿈에 한번 와주라”며 학교 관계자들에게 “창현이를 양동초 동문으로 만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군의 명예졸업식은 모교 후배들의 교가 제창으로 마무리했다.

박철신 광주시교육청 정책국장은 “그동안 제적 여부를 두고 많은 시련이 있었으나 이번 명예졸업장 수여식을 통해 이창현군과 유족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게됐다”며 “희생된 학생들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광주시교육청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군은 휴교령이 내려진 1980년 5·18민주화운동 기간동안 집을 나섰다가 행방불명됐다. 그간 양동초는 이군의 명예회복을 위해 졸업식을 추진하고자 시도했지만 제적부가 존재하지 않아 무산됐다가 지난해 본보가 5·18 기획시리즈인 “이제서야 발견된 5·18 행불 ‘창현이의 제적기록’”(2023년 5월11일자 5면)을 보도하면서 이군의 공식 제적기록이 확인됐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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