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바람개비
양가람 취재2부 기자
입력 : 2024. 04. 15(월) 10:42
양가람 기자
‘팔랑개비’ 혹은 ‘도르라기’라는 또다른 이름을 지닌 바람개비.

관개시설이 부족했던 옛날에는 비가 농사의 풍흉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선현들은 바람이 비를 가져다 준다고 여겨 지붕 위에 바람개비를 매달아 풍년을 기원했고, 배에는 바람의 속도와 방향을 알기 위해 바람개비를 달았다. 아이들은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바람개비를 만들어 놀았다.

‘세조실록(世祖實錄)’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새해 풍작을 기원해 벼, 기장, 조, 보리, 콩 등 오곡의 이삭을 볏짚 주저리와 함께 긴 장대에 매달아 마구간 옆이나 대문간 앞에 세웠고, 이때 이삭 밑의 장대에는 바람개비를 만들어 달았는데 이를 보름 볏가리라 한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도 “아이들이 정월대보름이 지나면 연 띄우기를 그만두고 오색 종이에 풀칠을 하여 대나무 가지의 양 끝에 붙이고 자루 끝에 구멍을 뚫고 연결하여 빙빙 돌도록 만든다. 그것을 ‘회회아(回回兒)’ 또는 바람개비라고도 한다.”는 글귀가 담겼다.

주술 혹은 놀이의 일종이던 바람개비에 이젠 추모의 의미가 더해졌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올해도 세월호 추모관이나 학교, 기관 화단에 심어진 노란 바람개비들이 꽃이 되어 서글피 나부끼고 있다. 희생당한 아이들의 넋을 위로하듯, 바람개비꽃 위로 노란 나비들이 내려 앉는다. 빙그르르 돌아가는 바람개비를 보며 누군가는 애도의 눈물을 흘리고, 어떤 이는 안전사회에 대한 염원을 품는다.

T.S엘리엇의 표현대로 ‘가장 잔인한 달’ 4월이다. 떠올리는 것조차 아프지만 그럼에도 계속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하나다. 세월호 참사를 목도한 이들은 물론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이 안전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길. 노란 바람개비를 보며 더 이상 가슴 아파하지 않는 세상은 언제쯤 올 수 있을까. 미래의 아이들 손에 재밌는 장난감으로 쥐어지는, 바람개비에 ‘아이들의 웃음소리’라는 의미가 더해지는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양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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