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푸틴 “우크라 전쟁 핵심 원인은 나토 확장정책”
<34>우크라 전쟁의 근원:서방의 나토 확장 정책
NATO의 동진, 러시아 안보에 대한 실존적 위협 인식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와 NATO 간의 대리전 성격
미국, 뒤늦게 전쟁 중인 우크라의 NATO 가입 부정적
입력 : 2024. 04. 04(목) 13:48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가 애도일인 지난 3월 24일(현지시각) 모스크바에서 촛불을 밝히며 크로커스 시청 공연장 테러로 숨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공격을 감행하였고,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군사력을 동원한 무력 행동이었다. 그러면 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는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근원을 설명하는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필요하겠지만, 푸틴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 침공의 핵심적 원인이나 배경으로 냉전 종식 이후 나토(NATO)의 확장 정책을 지목했다. 러시아로서는 NATO의 동진을 러시아 안보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라 인식할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했다고 볼 수 있다.

세계의 전문가와 정치인들도 NATO의 확대 정책이 러시아의 반발과 갈등을 일으켰다고 언급했다.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는 미국이 NATO 확장을 결정함으로써 러시아에게 중요한 위험선을 넘었고 이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갈등이 우크라이나의 정치와 안보를 통제하려는 미국의 정책에 의해 더 크게 촉발되었으며, 그것이 러시아의 안보를 위태롭게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바츨라프 클라우스 전 체코 대통령은 2024년 1월 15일 다보스 포럼에서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2008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NATO 정상회담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NATO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 동맹 가입을 약속했다는 사실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 외교관들이 NATO의 동쪽 확장이 서독과 동독 국경에서 멈출 것이라고 소련 지도부에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즉, 여기에는 NATO를 동쪽으로 1인치도 확장하지 않겠다는 약속(NATO가 통일된 독일을 넘어 확장할 계획이 없다)이 포함되었지만, 이것은 물거품이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외교관 조지 케넌은 NATO 확장을 ‘냉전 이후 시대 전체를 통틀어 미국 정책의 가장 치명적인 실수’라고 불렀다. 러시아는 NATO 내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국가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며, 러시아의 심장부를 겨냥한 창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위협으로 인해 2000년대 초반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은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NATO 가입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처음에는 가능하다고 했으나 나중에는 NATO 가입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러시아는 회원국이 되지 못했다.

이와는 달리 푸틴 대통령은 NATO 확장에는 5번의 물결이 있었고 러시아는 속았다고 말했다. 그는 NATO가 1차 1999년 4월 헝가리, 폴란드, 체코(3개국), 2차 2004년 6월 불가리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7개국), 3차 2009년 4월 알바니아, 크로아티아(2개국), 4차 2017년 6월 몬테네그로(1개국), 5차 2020년 3월 북마케도니아(1개국)를 신규 회원국으로 수용했다고 했다. 이후 2023년에 핀란드가 회원국으로 받아들여졌고, 2024년 2월 26일 헝가리 의회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관한 의정서 비준 동의안을 찬성하면서 현재 NATO 회원국은 32개국이 되었다.

러시아가 NATO의 동진을 위협으로 간주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일관되게 표명되었다. 첫째는 2007년 2월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지배하는 일극 체제는 모든 의사결정이 하나를 중심으로 이뤄져 민주주의를 파괴한다면서 미국을 맹렬히 비난했다. 또한 그는 NATO 확장은 상호 신뢰를 떨어뜨리는 심각한 도발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미국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둘째는 2008년 4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NATO 정상회담에서다. 이 정상회담에서는 조지아와 우크라이나를 NATO에 가입시키기로 결정했다. 러시아는 중요한 위험선을 넘었다고 보고, 여기서 러시아의 주요 임무는 우크라이나가 NATO 동맹에 가입하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미국은 알바니아와 크로아티아 이외에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를 NATO 신규 회원국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하였다. 이는 NATO와 러시아 갈등의 변곡점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러시아는 NATO의 동진은 NATO의 현대화와 무관하다면서 누구에게 대항하기 위해 확장하는가 물었다. 미국은 조지아와 우크라이나 NATO 가입을 지지했지만, 다수의 서유럽 국가들은 이에 반대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구유럽은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가 NATO에 편입되는 것을 반대하였고, 동유럽과 발트국가 등 새로운 유럽은 찬성하였다. 구유럽 국가들은 그러한 결정이 러시아와의 유럽 관계를 필연적으로 망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따라서 구유럽은 러시아를 봉쇄하기보다는 완화 정책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NATO 가입 문제를 계기로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군사적 충돌에 관여하였다. 조지아의 사카슈빌리 대통령이 친러 남오세티야와 군사 충돌을 벌이자 이를 계기로 러시아와 조지아의 군사 충돌 발발하였다. 또한 2014년 3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이후 친러 세력의 돈반스 분리독립세력을 지원하면서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저지) 문제에 깊숙이 관여하였다. 이처럼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은 러시아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NATO 확대의 임계점으로 확인된 것이다.

셋째는 2021년 11월 30일 푸틴 대통령은 투자 포럼 ‘러시아가 부른다’(Россия зовет!)에서다. 푸틴 대통령은 NATO의 동진이 러시아의 핵심 안보 이익을 위협한다고 말하면서 NATO가 5분 안에 모스크바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을 배치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영토를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NATO의 군사 인프라를 우크라이나로 확장하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제한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NATO 국가들에게 우크라이나에 군사 장비나 군인을 배치하는 것은 러시아의 한계선을 넘는 것이며 유럽을 겨냥한 러시아 미사일의 배치 가능성을 포함하여 심각한 대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1년 5월 러시아는 크림반도 합병 이후 볼 수 없었던 중장비, 탱크, 비행기, 미사일 외에 10만 명의 러시아 군인들을 국경에 집중시켰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 러시아 군대가 이동한 것에 대해 우려하면서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서 군사 훈련을 실시하였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모스크바의 한계선을 넘지 말라고 서방에 경고했으며 NATO가 러시아 국경 근처에 훈련을 실시하고 무기를 배치하면서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맹에 의한 유사한 미사일 시스템의 배치 가능성을 포함하여 NATO 기반시설의 추가 확장이 러시아 국경을 향해 계속되면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NATO가 군사 훈련 프로그램을 가장하여 우크라이나에 비밀리에 기지를 건설하고 미사일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넷째는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은 러시아의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 된다고 인식한 러시아는 미국과 NATO에게 러시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요구하였다. 2021년 12월 17일 러시아는 미국과 NATO에 안보 보장에 관한 협정문 초안을 공식적으로 보내서 자국의 안보 요구사항을 밝힌 바 있다. 이때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의 위기감이 고조된 시기였다. 여기서 러시아는 NATO의 동진 확장 배제 및 구소련 국가들(특히 우크라이나)의 신규 가입 거부, NATO 가입국이 아닌 구소련 국가들에 군사기지 설치 중단, NATO 병력배치를 NATO의 동진 전인 1997년 상태로 복귀, 우크라이나 및 기타 동유럽국가, 카프카스, 중앙아시아에서 NATO의 군사 활동 중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인식할 수 있는 지역에 군대와 무기를 배치 중단 등을 요구했다. 러시아는 구소련 구성 국가를 NATO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안보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과 NATO는 협정문 초안의 모든 핵심적이고 근본적인 내용들은 개별 주권국가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사실상 단호히 거절했다. 결국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어졌다.

러시아 칼럼니스트 빅토리야 니키포로바는 “1990년 초 러시아는 유럽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바르샤바 조약 동맹국들에게 독립을 허용하며 평화에 대한 선한 열망의 인도를 받았다. 그래서 시민들은 집단으로 이러한 결정을 지지했다. 그 당시 러시아인은 모두 평화주의자였다. 그들은 대결을 포기함으로써 전 세계에 평화를 구축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더 이상 냉전도 없을 것이며, 열전도 없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서방은 러시아의 독립적이고 운명적인 결정을 항복으로 인식했다. NATO가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하여 그들은 공개적으로 거짓말을 했다. 평화, 우정, 껌. 오늘날 이런 대규모의 순진함을 기억하는 것은 재미있고 슬프다”라고 했다.

한편, 미국 및 NATO는 우크라이나에 군사 장비를 지원하였는데, 2017년부터는 살상용 무기를,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서는 재블린 미사일과 같은 고성능 무기를 지원했다. 미국, 캐나다 등의 군사고문과 교관이 우크라이나군을 훈련시키고 있었다. 이를 두고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의 대가인 존 미어샤이머 교수는 우크라이나가 법률상(de jure) NATO 회원국은 아니지만 사실상(de facto) NATO 회원국이었다고 평가했다.

전쟁이 발발하자 NATO는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군사대결은 회피하되 우크라이나에게 재정적, 군사적 지원을 계속함으로써 이 전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였다. NATO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직면하여 러시아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확전 위험성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이것이 NATO의 입장은 바꾸게 만들지는 못했다. 사실 NATO의 지원 없이는 우크라이나가 지금까지 러시아군을 상대로 전쟁을 이어올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감안할 때, 이 전쟁은 러시아와 NATO 간의 대리전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NATO는 전쟁 발발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막대한 군사적, 재정적 지원을 했다.

2023년 8월 기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군사 원조, 경제적 지원, 인도적 지원, 방위산업 역량 강화 등) 규모는 1000억 달러(약 134조 원) 이상으로 그 어떤 나라보다도 훨씬 더 많았다.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8월까지 무기 및 군사 장비 지원에만 미국-466억 달러, EU 국가-377억 달러, 독일-188억 달러, 영국-73억 달러, 덴마크-39억 달러, 노르웨이-38억 달러, 폴란드-33억 달러, 네덜란드-26억 달러, 캐나다-18억 달러, 스웨덴-14억 달러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NATO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는 2023년 1월 한국을 방문하여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강력히 요청하기도 했다. 한국이 유럽 국가들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은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는 놀라운 사실이 공개됐다. 미국 정부의 요구로 미국 국방성은 우크라이나군이 쓸 155㎜ 포탄 33만 발을 한국이 간접 지원 조건으로 내놨다고 했다.

결국은 이 갈등을 끝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갈등을 피하는 것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는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에 대해 확고한 반대자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미국의 적이 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지만, 미국의 친구가 되는 것은 치명적이다”라고 말했다. 제프리 삭스는 “이것이 바로 우크라이나의 경우이다. NATO 가입이라는 불가능한 목표에 대한 열망과 미국의 잘못으로 인해 국가가 지금 죽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인이 죽어가고 있다. 러시아는 6,0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오만함이다”라고 했다.

이제야 미국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NATO에 가입시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는 NATO가 러시아와 직접적인 전쟁을 벌이게 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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