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박현일의 색채 인문학>싫어하는 사람 고백을 거절할 땐 회색 옷이 효과적
(240) 회색과 생활
박현일 문화예술 기획자·철학박사·미학전공
입력 : 2024. 03. 12(화) 13:57
●색채와 옷

2000년경 고급 신사복을 생산하는 움베르토 앙젤로니(Umberto Angeloni)는 회색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난하였다. 양복과 셔츠 그리고 넥타이가 모두 회색인 사람을 보면 절대적인 허무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유럽에서는 오늘날까지 통용되는 상복 규정이 있는데, 장례식에서 가장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은 진청색이나 진회색의 어두운색 옷을 입는다.

회색은 단순해서 사람들에게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색이지만 현대인의 의복에 많이 활용되는 색이며, 여러 가지 색을 두드러지게 하는데 뛰어난 성질을 가지고 있고, 복장의 회색은 특히 파란색과 빨간색이 잘 어울린다.

회색은 차분하고 소극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을 때 입으면 좋고, 어떤 사람이 입어도 무난한 색이다. 이 색은 보수적이고 비즈니스에 지향적이며, 깔끔한 이미지를 주고 싶을 때 적당하고, 너무 많이 사용하면 자신의 모습이 잘 띄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싫어하는 사람으로부터 고백을 거절할 경우에는 회색 옷이 효과적이다. 또한 잔업이나 야간 근무를 부탁받고 싶지 않은 날에는 회색 옷을 입으면 좋을 것 같다. 회색의 메시지는 “말하는 것은 알아요. 그래도 상관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하는 소극적이며 차분한 거절을 의미한다. 특히 이 색의 메시지는 외부로부터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거나 불필요한 관계를 맺고 싶지 않거나, 또는 자기방어적인 마음을 나타내고 싶을 때 사용하면 효과가 있다.

1893년 미국의 각 대학에서는 각 학과의 전공 분야를 나타내는 색채를 사용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석사나 박사 그리고 대학교수들이 학교행사가 있을 때 입는 학위복 위에 있는 후드(hood)를 보면 그들의 전공을 알 수가 있다.

1952년 국제유도연맹(International Judo Federation)에서는 선수 수준에 따라 허리에 매는 색 띠 7가지를 채택하였다. 최고 단은 검정 띠이지만, 1단부터 10단까지 다시 구분화시켰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12가지로 세분화시켰고, 회색의 띠는 8급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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