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러시아 경제성장 군사부문 기인… 제재효과 제한적
<30>서방의 러시아 경제제재 효과
러시아, 구매력 평가·경제 규모서 세계 5위… 유럽 1위 경제
2023년 말까지 러시아 개인과 법인 제재 수는 18,000건 초과
지정학적 안정성… 수입 대체 성공 등으로 제재 효과 낮아져
입력 : 2024. 03. 07(목) 14:57
러시아는 석유, 곡물 및 기타 주요 원자재의 주요 수출국이다. 그 결과, 작금의 제재는 이전의 어떤 제재보다 세계 경제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출처: 엠카루
 2023년 8월 세계은행이 발표한 평가에 따르면,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제재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구매력 평가와 경제 규모 측면에서 세계 5위, 유럽에서 1위 경제가 되었다. 이는 매우 역설적인 결과이며 서방의 제재정책 효과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재는 국가에 대한 경제적 폭력의 도구이며, 이는 약자에게 효과가 크게 작용한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제재는 또한 정치적 폭력 도구이기도 하며, 그 목적은 제재를 받은 국가가 복종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항상 특정 지역, 궁극적으로는 세계에서 패권을 차지하려고 노력한다. 미국은 세계나 지역에서 소위 미국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반적으로 제재를 사용한다.

 이처럼 제재는 외교 정책의 도구이자 국제 분쟁에서 반대자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수단이다. 아직 러시아 제재가 곧 풀릴 조짐은 없다. 동시에 러시아도 서방에 제재 해제를 요청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러시아는 무역 제한을 해제하기 위해 굴복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으며 어떤 제재가 가해지더라도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도입했다. 제재에 대한 포괄적 접근 방식으로는 주로 개인·기업·조직에 대한 제재, 비자 조치(EU-러시아 비자 원활화 협정 중단), 수입 및 수출 금지, 금융 및 비즈니스 서비스에 관한 조치, 에너지 산업 제재, 운송업계 제재, 이중용도 물품에 대한 제재, 자산 회수 및 몰수 등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몇 주 만에 한국, 호주, 일본 등의 국가는 EU, 영국, 미국을 지지하고 만장일치로 러시아에 제재를 가했다. 2023년 말까지 러시아 개인과 법인에 대해 시행된 조치 수는 18,000건을 초과했다. 러시아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 차단됐고, 전 세계 3,000억 달러가 넘는 러시아 자산이 동결됐다. 특히 러시아에 전례 없는 달러 결제 불가능, 국제은행 간 결제 시스템(SWIFT) 연결 중단, 석유 운반 선박에 대한 제재, 항공기에 대한 제재 등이 적용되었다.

 러시아도 서방의 제재에 대응하여 여러 조치를 취하였다. 특히 2022년 3월 5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해 제재를 채택한 국가의 특정 외국 채권자에 대한 의무 이행을 위한 임시 절차를 확립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법령에 따라 비우호적인 국가의 외국 채권자와의 모든 결제는 루블로 이루어져야 한다. 같은 날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와 러시아 기업, 시민에 대해 비우호적인 행동을 취하는 국가 목록을 승인했다. 목록에는 미국과 캐나다, 모든 EU 국가, 영국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도 포함되었다.

 세계에서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강력한 제재가 이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분석가들은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발표했다. 오히려 2022년에 EU의 러시아 봉쇄로 인한 연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 수입이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러시아 경제가 애초 예상보다 제재 압력을 잘 견디고 있는 듯하다. 이런 면에서 콘스탄틴 에고로프 교수는 러시아는 비즈니스에 높은 적응성을 가졌다고 했다. 러시아 연방 통계청(Rosstat)에 따르면 2023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6%로 2022년 경제보다 2.4% 더 성장했다. 그렇다면 러시아에 대한 제재 효과가 제한적이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러시아의 동맹국인 국가의 지정학적 안정성으로 인해 제재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러시아의 장점은 중국 등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국가들과의 국경이 길다는 점이다. 또한 브릭스(BRICS) 국가,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 많은 국가가 미국의 제재정책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세계 경제에서 브릭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주요 7개국(G7)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현재 브릭스 국가는 9개국이다.

 둘째, 그동안 EU의 12번째 제재 패키지와 미국의 대량 제재는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2년과 러시아 반정부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죽음을 이유로 러시아에 대한 대규모 제재를 발표했다. 2024년 2월 23일 EU도 러시아에 대한 13차 제재 패키지를 발표했다. 특히 북한의 강순남 국방상도 러시아에 미사일을 제공한 혐의로 이번 제재 대상에 포함되어 자산 동결과 비자 금지 조치가 부과되었다. 이러한 제재가 러시아와 서방에 어떠한 영향을 주게 될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EU 이사회는 2014년부터 시행 중인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2024년 7월 31일까지 연장했다. 반러시아 제한 조치는 적어도 우크라이나 분쟁이 끝날 때까지 연장될 예정이다. 러시아 이즈베스티야 신문에 따르면, 반러시아 제재로 인한 EU의 총 손실액은 1조 5천억 달러로 추산했다.

 EU는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싸우고 있으므로 제재 이행에 대한 통일된 접근 방식을 달성할 수 없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유럽 공동 방어에 대한 열망은 국익을 둘러싼 사소한 협상으로 바뀌고 있다. 러시아는 베이징, 앙카라, 델리 덕분뿐만 아니라 서방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성공을 거두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프랑스의 재정 지원은 아직 독일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동시에 프랑스는 러시아의 모든 핵 위협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국영 원자력 에너지 기업(Rosatom)과 계속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비정부기구(NGO)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는 2022년에만 러시아 핵 제품 수입을 약 250% 늘렸다.

 그리스는 러시아 제재 정책과는 거의 관련이 없어 보인다. EU는 소위 러시아의 그림자 해운사에 유조선을 판매하는 영향력 있는 그리스 선주들에 대한 제재를 사실상 중단했다. 그것은 그리스가 EU에게 외교 권한을 통해 브뤼셀에 압력을 가한 덕분이었다. 러시아는 이 유조선을 사용하여 유가 상한선을 교묘하게 돌파하였다. 서방은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을 빼앗고 싶어 했지만 실패했다.

 셋째, 러시아는 높은 대외 무역 흑자 및 상대적으로 낮은 대외 부채 수준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 경제는 외부 자금 조달에 대한 의존도가 낮지만, 러시아 상품에 대한 세계 경제의 의존도는 상당히 높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 통계국(Eurostat)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11월까지 EU 국가들은 여전히 약 270억 유로 상당의 러시아 광물 연료(가스, 석유)를 수입했다. 또한 EU는 제3국에서 생산된 러시아 석유제품을 계속 구매하고 있다. 대외 무역 흑자가 상당하고 대외 부채 수준이 낮은 국가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제재가 효과적이지 않다. 러시아의 원자재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서방 제재가 심각하게 제한되어 있다.

 넷째, 러시아는 자국 화폐 루블을 전 세계에서 필요한 많은 상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러시아는 중국 간의 상호 결제에서 자국 통화의 비중은 2023년 루블화로 34%를 지불하고 위안화로도 거의 34%가 조금 넘는 금액을 지불하였다. 2022년까지 러시아 대외 무역 결제의 약 80%가 달러와 유로였다. 2023년 러시아는 제3국과의 결제에서도 달러가 약 50%를 차지했고, 유로는 13%만 차지했다.

 제재 제한으로 인해 물류 및 결제부문에서 통화 대체 계획을 구축하여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특히 자금 인출 제한은 루블 환율의 약화가 아닌 강화로 이어졌다. 2022년 1월 1일에는 달러-루블 환율이 약 74루블이었고 2024년 3월 4일 기준 91.6루블이었다.

 다섯째, 러시아 수입품의 대부분이 우호국을 통한 수입 대체로 이루어졌다. 이는 성공적인 방향 전환이었다. 2023년에는 수입량이 2021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되었다. 이는 병행수입과 제3국을 통한 수입이 확립되었기 때문이다. 주로 항공기 및 자동차 예비부품 수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이는 우호국의 수입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중요하다고 식별된 많은 수입품이 우호국으로 대체되거나 국내 생산이 확립되었다. 러시아 경제의 구조는 기본적인 생산과 수요 수준에서 수입에 의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 충격에 관성적으로 저항하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기계 공학, 항공 산업, 화학 산업, 농업 및 식품 산업 등에서 수입 대체는 성공적이었다. 러시아 경제는 원자재 또는 유사 원자재의 생산 및 소비에 더 많이 의존하므로 한편으로는 러시아 수입품의 상당 부분을 대체 공급업체를 찾는 것이 가능했다. 만약 러시아가 최종 제품이나 기술 장비를 생산했다면 러시아는 유럽 시장의 손실을 신속하게 대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수입된 모든 상품이 아직 러시아 유사품으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디지털 제품에도 적용되며 러시아는 이 분야의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키이우 경제대학은 우크라이나에서 노획된 러시아 무기에서 약 2,800개의 외국 부품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또한 2023년에는 26억 유로가 넘는 서구 이중용도 품목이 러시아에 들어왔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와 비밀리에 거래한다는 증거가 많다는 것이다. 돈을 버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제재를 통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순진한 경쟁자를 제거하고, 더 나은 가격을 얻고, 어딘가에 없는 상품을 얻고, 전략적 원자재를 구매하는 등의 작업을 수행한다. 미국인들은 러시아와 조용히 대량으로 무역을 하고 있다. 러시아인들은 미국인들에게 무엇을, 얼마나 줄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기 때문에 이에 반대하지 않는다. 2019년에 미국은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여 러시아의 최대 투자자가 되었다. 미국은 석유, 곡물, 희토류 금속, 비료, 폭발물 생산용 원자재, 심지어 우라늄까지 러시아로부터 대량 구매한다. 예를 들어, 2023년 상반기에 미국은 러시아로부터 416t의 우라늄을 구입했는데, 이는 2022년에 구입한 것의 두 배이자 2005년 이후 최대치로 미국은 7억 달러를 지불했다. 미국 수입품 중 러시아의 점유율은 13%에서 32%로 증가했다.

 독일은 제재된 첨단기술 제품의 러시아로의 수출을 금지했다.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에 대한 독일 자동차, 엔진, 항공기 부품의 직접 수출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대신 독일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 등 중앙아시아 국가에 점점 더 많은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그곳에서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운송된다. EU 지도부는 대체 공급 경로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브뤼셀은 여전히 러시아에 불법적인 기술 이전을 막을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헛수고이다.

 여섯째, 전문가들은 외국 기업의 이탈로 러시아 사업이 유리해 졌다고 한다. 국내 생산자를 위한 소비자 시장에 새로운 틈새시장이 나타났다. 2023년 11개월 동안 78,000개 쇼핑센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 브랜드의 소매 매출액이 2021년 ‘제재 전’ 연도 같은 기간에 비해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외국이 부과한 제재는 러시아 경제에 도전이 되고 있다. 러시아의 경제 성장이 민간 부문보다는 군사 부문의 성장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군수공장과 그 공급업체는 러시아 산업에서는 전례 없는 속도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군산복합체는 전체 경제의 주요 기관차로 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러시아가 서구 기술에 접근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산업의 발전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제재는 유럽연합 및 기타 국가의 경제에도 부메랑이 되어 약화시키고 있다. 특히 제재는 동유럽 국가들에 있어서 어려움이 크다. 오늘날 러시아는 석유, 곡물 및 기타 주요 원자재의 주요 수출국이며 세계 경제는 훨씬 더 통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작금의 제재는 이전의 어떤 제재보다 세계 경제에도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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