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서방 “우크라, 러와 평화협상 시작해야” 분출
<29>우크라이나 평화 협정 전망
젤렌스키, 러 철수·영토 보존 요구 “성급한 평화 원치 않아”
푸틴 “전쟁 초 협상 거부 안했다면 1년 반전 전쟁 끝났을 것”
정치적 수용·군사적 달성 가능한 평화 조건과 시기가 관건
입력 : 2024. 02. 22(목) 10:25
2024년 1월 14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평화 협정 협상 (출처: 지안 에렌젤러)
우크라이나 전쟁은 3년째를 맞이하고 있지만 언제 끝날지 아직 알 수 없다. 그것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아니라 나토(NATO)와 러시아 간의 전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평화 협정에 대한 전망은 나오고 있다.

2024년 2월 9일 공개된 미국 언론인 터커 칼슨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르든 늦든 간에 평화적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2024년 1월 25일 미국 언론은 푸틴 대통령이 미국에 우크라이나 휴전에 대한 물밑 대화 제의를 간접적으로 했다고 보도했다. 작년 12월 23일에도 그가 미국에 간접적으로 휴전에 대한 관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1월 초 쿠치마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고문이었던 정치학자 올렉 소스킨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평화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와 인프라에 대한 추가 피해 증가를 방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대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티븐 트위티 전 미국 유럽사령부 부사령관은 현 상황에서 갈등을 동결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전망이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에 동의한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유럽 및 러시아 분석가인 마리오 비카르스키는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고 자금이 크게 삭감된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협상 압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2024년에 진지한 평화 협상이 시작될 수 있지만, 전쟁이 종식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 관계자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략을 바꾸고 있다. 이전에 우크라이나의 승리에 중심을 두었다면 지금은 가능한 평화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서방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협상을 시작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동맹에 가입하지 않고도 일부 NATO 안보 보장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이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러시아와의 평화 회담 가능성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더불어 그러한 협상은 일부 영토를 러시아에 넘겨주는 것을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3년 9월부터 중개자를 통해 현 위치에서 전투를 중단하고 적대 행위를 동결할 준비가 됐다고 말하였다. 더불어 러시아는 분쟁이 시작될 때와 동일하게 우크라이나의 비나치화, 비무장화 및 중립적 지위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국제 접촉 중에 자신의 평화 공식을 계속해서 홍보하고 있는데, 이는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의 회복을 의미한다. 궁극적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게 항복을 요구하고 패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양국의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우크라이나는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잃어버린 영토를 수복하기 위해 싸워야 하는지, 아니면 유혈사태를 종식하기 위해 종전을 해야 하는지 딜레마에 빠져 있다. 특히 전자의 단계에서는 장기간의 소모전이 예상되며,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에 더 큰 피해가 발생하고 새로운 사상자가 발생하며 유럽 전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불안정이 지속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이제 완전한 승리를 향한 젤렌스키의 꿈은 무너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평화는 그 어느 때보다 멀다. 어쩌면 우크라이나에게 최적의 결과가 평화 협정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 선택에 기울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서방으로부터 종전에 대한 구상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종전 협상에 대한 논의는 전쟁이 시작되면서부터 있어 왔다.

전쟁이 발발한 지 4일째인 2022년 2월 28일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벨라루스 루카셴코 대통령의 중재로 벨라루스 고멜 지역 국경 지역의 프리피야트 강 근처 국경에서 만나 약 5시간 동안 휴전협상을 했다. 이날의 주요 목표는 휴전과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모든 러시아 군대의 철수였다.

러시아는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중립적 지위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였다. 또한 협상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어 및 러시아어 미디어의 지위, 러시아인을 포함한 소수 민족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소위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 즉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하는 무기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러시아는 서방이 나토의 동진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쟁을 시작했다고 하였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단 간의 처음 세 차례의 협상은 2월 28일, 3월 3일, 3월 7일 벨라루스 영토에서 직접 진행되었으며, 이후 대표단은 화상 회의 형식으로 평화를 위한 제안을 지속적으로 작업했다.

이어 2022년 3월 29~30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단이 이스탄불에서 만났다. 협상에 앞서 오랜 화상 회의가 진행되었다. 이 회의에서는 긍정적인 결과가 있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외국으로부터 안전보장을 받는 대가로 NATO 가입을 포기하고 중립국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전쟁 포로에 대한 고문을 조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인했다. 러시아 연방은 키이우와 체르니고프 인근에서 군사 활동을 축소하고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 허락했으며 위기 해결을 위한 우크라이나의 제안에 대해 서면 답변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이스탄불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단 간 협상에서 양측은 우크라이나의 국제 안보 보장, 휴전, 우크라이나 영토의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에 관한 협정을 논의했다. 젤렌스키와 푸틴 대통령이 이스탄불이나 앙카라에서 만날 가능성이 컸었다. 그런데, 4월 2일 러시아군에 의한 우크라이나 키이우 근처의 점령도시 부차(Буча), 고스토멜(Гостомель), 이르펜(?рп?нь), 보젤(Ворзель)에서 끔찍한 인도주의적 재앙의 결과가 공개되면서 러시아와의 협상 기회가 닫히게 되었다.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와 평화 협상을 중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4월 9일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가 서방 지도자로서는 전쟁 이후 처음 부차와 키이우를 전격 방문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젤렌스키의 전쟁 결심은 더욱 강화됐다. 그는 러시아와 협상해서는 안 되며 ‘그냥 싸우자’라고 외쳤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 협상은 종료되었다. 그 후 우크라이나는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그의 예상치 못한 방문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는 이미 공개된 비밀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전쟁 초 협상을 거부하지 않았다면 1년 반전에 전쟁은 끝났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쌍방의 대면 협상은 4월 22일 이후 중단되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2년 11월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영토의 완전 회복과 러시아군의 완전 철수 등을 담은 10개 항의 평화 구상을 제시했다.

그 이후 1차 우크라이나 평화공식(peace formula) 회의가 2023년 6월 24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렸다. 이 회의엔 15개국이 참가하였다. 우크라이나가 제시한 평화 공식이 논의되었다. 2차 우크라이나 평화공식 회의는 2023년 8월 5~6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렸다. 우크라이나와 연대하는 미국, 영국, 일본, 한국, 유럽연합 국가들과 인도, 브라질 등 G20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3차 우크라이나 평화공식 회의는 2023년 10월 28일 몰타에서 열렸다. 4차 우크라이나 평화공식 회의가 2024년 1월 14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에는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서방 동맹국과 브라질과 인도, 아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총 83개국이 참여했다.

이들 회의에는 우크라이나 평화공식 10개 항인 원자력 안전, 식량 안보, 에너지 안보, 포로 및 강제 이송자 석방, 우크라이나 영토 보존 및 주권 회복(유엔헌장 이행), 러시아군 철수 및 적대행위 중지, 정의 회복, 환경 안전, 확전 및 침략 재발 방지, 전쟁 종식 확인 등의 주제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평화공식 회의에서는 진정한 평화 협정에 진전이 없었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러시아는 회의에 초청마저 받지 못해 참가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2023년 12월 16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와 러시아와의 평화 회담 조건을 강화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G7 국가, 남반구의 여러 국가 간에 비밀회의가 열렸다. 여기에서 남반구 국가들은 러시아와 직접 대화해야 한다는 요구를 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평화 이니셔티브는 그동안 많이 있어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나라에서 중재자가 되기 위해 자원했다. 튀르키예가 가장 앞장섰다. 그들은 앙카라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휴전 및 향후 상호작용 원칙에 동의하는 데 역할을 했다. 2023년 2월 중국은 12개 항목이 담긴 평화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분쟁에 대한 유일한 실행 가능한 해결책으로 평화 회담 재개를 요구하는 요구가 포함되었으며, 중국은 이와 관련하여 건설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2023년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10가지 평화안을 제안했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도 자신의 평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협상을 위해 G20과 유사한 회의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인도네시아와 로마 교황청은 자신들의 의견을 밝혔고, 인도와 프랑스도 분쟁 해결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일부 동맹국은 협상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군대의 철수와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제안이 협상의 근거로 활용되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문제는 2023년 우크라이나 대공세의 실패가 우크라이나 측과 서방 지지자들 모두에게 너무 큰 타격을 주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평화 회담을 포기하고 전쟁이 계속되면 양측에 막대한 사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는 앞으로 초래할 피해가 영토 획득보다 더 클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3년째의 분쟁을 준비하고 있지만, 세계는 점점 더 멀리 떨어져 가고 있다. 만약에 미국의 지원이 즉각 중단되면 2024년에는 우크라이나 군대가 점진적으로 약화되어 붕괴될 수도 있다. 이 과정에 엄청난 사상자 수치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현재 우크라이나의 유일한 목표는 러시아가 더 많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하는 것을 막는 것이 현실적이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달성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로 보이는 것은 평화 협정이다. 이제 남은 것은 정치적으로 수용할 수 있고 군사적으로 달성 가능한 평화 조건과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다.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군사 자원이 분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상황을 바꾸려고 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두 개의 전쟁은 미국에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선거 이후인 올해 말에 잠재적인 협상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많이 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성급한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이전에 우크라이나는 실익이 있는 평화를 위한 기반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시점에서나 협상은 필수적이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언급했던 “언젠가 전쟁은 협상 테이블에서 끝난다”는 말은 현시점에서 깊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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